'자화자찬' 트럼프 대국민연설 혹평…"민심 못읽고 숫자도 다 틀려"
지지율 하락 속 경제성과 부각했지만…방송사들, 백악관 제공자료 미방송
깜짝 발표 '전사 배당금' 실현 가능성도 의문…민주당 "국민 현실과 완전 괴리"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지율 위기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오후 9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1개월간의 국정 성과를 홍보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NBC 방송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이 선택적 통계와 부실한 근거에 기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 기간 18조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백악관 자체 집계인 9조 6000억 달러를 두 배나 부풀린 숫자였다.
하지만 이 9조 6000억 달러라는 금액 자체도 과장된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제로 투자를 유치한 금액은 약 7조 달러에 가까우며 이 중 대부분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거나 아직 서명도 안 된 협의의 일부라고 짚었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휘발유와 달걀, 칠면조 등 개별 품목 가격이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숫자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걀값이 3월 대비 82% 떨어졌다고 했으나 미국 정부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3월 이후 43.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백악관이 연설에 맞춰 방송사에 통계 관련 PPT 슬라이드를 제공했지만 대부분의 방송사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방영을 거부한 점을 짚었다.
이민자 숫자에 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250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으로 몰려들었다고 주장했으나, 미 세관국경보호국(ICE) 자료에 따르면 그 숫자는 740만 명이었다.
합법적인 입국자까지 포함해도 바이든 임기 동안 이민자 수는 1020만 명에 불과했다.
군 복무자들에게 지급하는 '전사 배당금' 1776달러를 크리스마스 전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재원이 관세 수입에서 나온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달 계획은 설명하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차트와 수치를 활용했으나 오도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쫓기는 듯한 태도로 전투적인 연설을 했다며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연설문을 읽으며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급하게 뛰어갔다"고 지적했다.
취임한 지 1년이 돼 가는 상황에서 아직도 전임자 탓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WP는 "마치 세탁 목록을 읽는 것처럼" 그가 기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줄줄이 열거했다고 짚었다.
NYT는 "그의 전임자 깎아내리기는 기자들에게 일상적으로 했던 발언과 동일하다"고 적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는 "트럼프의 연설은 그가 미국인들이 느끼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거품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민들은 매일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대통령은 승리를 자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1·2기를 통틀어 가장 낮은 36%까지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진행됐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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