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 이날 길하다" 日도쿄 분위기 잡자…7650쌍 결혼 '히트'

'레이와 8년' 8월 8일 혼인신고 폭증…작년 8월 전체 건수 추월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8일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열린 '도쿄 결혼 응원 축제'에 참석했다. (도쿄도 제공)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수도 도쿄에서 지난달 8일 하루 동안 접수된 혼인신고가 평소 한 달 치를 넘어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일본에서 길한 숫자로 여겨지는 '8'이 세 번 겹쳐 결혼하려는 커플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8일 일본 도쿄도 등에 따르면 8월 8일 도내 62개 구·시·정·촌에 접수된 혼인신고는 모두 7650건이었다. 이는 작년 8월 한 달 전체 혼인신고 7274건보다 376건 많은 것이다. 작년 하루 평균 신고 건수와 비교하면 약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혼인신고가 집중된 것은 올해 8월 8일이 일본 연호로 '레이와(令和) 8년'이어서 '8·8·8'이 완성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레이와'는 2019년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다.

일본에서 8은 한자 '팔'(八)이 아래로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 때문에 앞날이 점차 번창한다는 의미의 '스에히로가리'(末廣がり)를 상징한다. 결혼이나 개업 등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선호되는 숫자다.

작년(레이와 7년)에도 행운의 숫자 '7'이 세 번 겹친 '7월 7일'에 혼인신고가 몰렸지만 당시 접수 건수는 4114건이었다. 올해 8월 8일엔 이보다 3500건 이상 많은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다.

도쿄도 당국도 시민들의 이 같은 숫자 선호 현상을 적극 활용했다. 도쿄도는 올해 초부터 '도쿄 하치무스비(八結び)'란 이름의 결혼 장려 캠페인을 벌였고, 8월 8일엔 '하치미쓰무스비노히'(はちみつ結びの日)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일본어로 '하치미쓰'는 꿀을 뜻하지만 '8(하치)이 세 개(みっつ·밋쓰)'란 말과 발음이 비슷한 데서 착안한 표현이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도쿄도는 지난달 8일 혼인신고 뒤 전용 포토 프레임으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커플에게 '도쿄 포인트' 8888포인트를 지급했다. 도쿄 포인트는 도쿄도 공식 앱에서 적립해 민간 결제서비스 포인트나 도립시설 입장권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포인트다. 각 지자체 창구에도 기념사진 촬영용 패널을 설치했다.

또 아자부다이 힐스에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미혼 남녀의 만남을 지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결혼정보회사와 웨딩업계도 '888 결혼'을 내세운 홍보에 가세했다.

도쿄도가 이처럼 숫자까지 활용해 결혼을 독려하는 배경엔 심각한 저출생 문제가 있다. 작년 도쿄의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늘며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합계출산율은 0.96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도쿄도는 인증을 거친 미혼 남녀를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하는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우에노동물원 등에서 만남 행사를 여는 등 결혼 이전 단계부터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