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전략적 동맹' 카타르까지 접촉…'중재망' 넓혀 영향력 확대
리창·카타르 총리 회동…시진핑 '중동 안보 신구조' 제시 닷새 만
- 노민호 특파원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동 국가 주도의 안보 질서'를 이집트에서 제시한 지 닷새 만에 중국이 중동의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와 고위급 접촉에 나서 주목된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중동의 직접적인 안보 제공자를 자처하기보다 이집트와 카타르 등 역내 주요국과의 연계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을 만났다.
리 총리는 "중국은 카타르가 중동 정세에서 조정·중재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타르 등 역내 국가와 국제사회가 함께 중동의 평화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회동은 시 주석이 지난 2일 카이로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안보 신구조'를 제안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시 주석은 중동 국가들이 지역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평화·안보 대화를 강화하고 '역내 안보 구조 재편'을 모색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이란 전쟁 장기화로 중동 내 리더십 유지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행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은 시 주석이 내놓은 구상을 구체적인 지역 안보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7일 논평에서 시 주석의 구상을 △역내 공동 안보의 자생력 강화 △지역 안보 문제의 종합적 해결 △발전을 통한 안보 기반 구축 △국제사회의 공조 강화 등 4가지로 정리했다.
또한 최근 이어지는 역내 '화해 흐름'과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이집트 4개국의 제도화된 협의를 사례로 제시했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역내 국가들이 각국의 이해를 반영한 안보 구조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 공조를 강화하되 역외 강대국의 이중잣대와 일방적인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당국도 시 주석의 구상 확산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창화 주사우디 중국대사는 지난 4일 사우디의 아랍어 위성 뉴스채널 알아라비야 홈페이지에 '중동 안보 신구조 구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창 대사는 "중동은 중동인의 중동이며 중동의 일은 역내 각국이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지역 현실에 맞는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푸단대 중동연구센터의 쑨더강 주임은 최근 글로벌타임스에 중동 국가들이 외부 세력에 대한 안보 의존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대국 경쟁에서 '장기판의 말'이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면서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지역 안보 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런 중국 구상에서 눈여겨볼 국가다. 미국의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이자 핵심 안보 파트너이면서 이란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에서도 주요 중재국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힐리포럼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걸프 국가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역시 아랍권의 전통적인 외교 강국이자 팔레스타인 문제의 주요 중재국이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이 구상하는 새 안보 질서는 미국처럼 군사력을 앞세워 역내 안보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이집트와 카타르 등 영향력 있는 역내 국가들이 대화와 중재를 주도하고 중국이 이를 정치·외교적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역내 중재망'에 가깝다.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안보 기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기존 역내 협의·중재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중동 현안에 관여할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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