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브릭스·중동 챙기는 시진핑, 트럼프 회담 전 협상력 강화 시도

中, 유라시아 에너지 협력 관계 등으로 지렛대 확보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한 뒤 떠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2026.05.15.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동, 유라시아 등 지역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미중 정상회담이 약 2주 가량 남은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이번 달 최근 몇 년 중 가장 바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것뿐 아니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10년 만에 이집트를 방문했다.

그는 이번주 후반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은 지난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이어 시 주석은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순방 직전에 관련 일정을 발표하는 관례에 따라 인도 및 미국 방문 일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올 상반기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이 북한 단 1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했을 때 분주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선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외교 관계는 미국 중심의 단일 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 주석의 키르기스스탄, 이집트, 인도 방문은 중국이 전략적 움직임을 펼칠 충분한 공간과 폭넓은 국제 협력 파트너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 연구원은 "중국이 유라시아 전역에서 에너지·인프라 분야의 협력 관계를 심화하면서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실질적인 지렛대를 확보했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 문제는 물론 핵심 광물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서도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려 한다면 이같은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은 외교적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가 중국을 지지하느냐가 아니다"라며 "미중 양국 간 협상이 난항을 겪더라도 중국이 충분한 경제적 파트너와 외교적 운신의 폭, 정책적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이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줄리안 게비츠 컬럼비아대 연구원도 "시 주석은 미국이 많은 동맹국들과 멀어지는 시기에 중국이 전 세계에 많은 협력 파트너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인도, 중동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해도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정부의 중동 정책 자문관을 지낸 제시 마크스 리흘라 리서치 창업자는 "중국이 이집트와 인도에서 얻는 성과가 미국 측으로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파키스탄 간 관계는 여전히 인도가 가장 우려하는 역내 현안으로 SCO를 통한 관계 강화가 이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인도와 미국 사이를 벌려놓으려 할 수 있지만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집트의 가장 큰 역내 현안은 중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