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 저장탱크 포화 임박…"유전 폐쇄 시 高유가 장기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로 산유국 '탱크 톱' 우려
유전 폐쇄 '최후의 수단'…재가동 어렵고 시간·비용↑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석유 공급망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길어지면서 역내 원유저장 시설이 가득 차는 '탱크 톱'(tank top)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걸프만 주요 산유국들이 저장탱크 포화로 원유 생산을 아예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지면 이란 사태가 해결돼도 당분간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만의 주요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기자 탱크 톱 가능성을 놓고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저장 탱크는 유전에서 나온 원유나 정제제품을 수출에 앞서 저장하는 일종의 중간 시설이다. 산유국들은 수출에 문제가 발생하면 저장 탱크에 재고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며 원유 생산을 계속한다.
문제는 수출길이 열리지 않는데 재고만 계속 쌓여 탱크 톱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전을 폐쇄해 원유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한 번 닫은 유전의 재가동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원유를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저류층 압력에 손상이 빚어질 위험도 있다.
일간 가디언은 "산유국들이 분주하게 원유 흐름을 송유관과 저장고로 돌리고 있지만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남은 선택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뿐"이라며 "중동 유전 폐쇄 위험이 유가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며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한 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각에선 유가가 150달러 가까이 급등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전 폐쇄는 일반적으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며 "생산 재개에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갈등이 며칠 내 해결된다 해도 유전 폐쇄 여파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출이 가능해지는 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잇따라 감산에 돌입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글로벌 원자재·물류 데이터 정보업 '케플러'(Kpler)는 사우디·UAE의 원유 저장 시설이 3주 안에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시장 전문업체 ICIS의 아제이 파르마르 이사는 "걸프만 원유저장 시설에 남은 시간은 겨우 며칠뿐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걸프국들이 추가적인 생산 중단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z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