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 숨진 시위대 순교자로 둔갑시켜…시신 몸값까지 요구"
유족에 "보안군이었다고 서명하라" 협박…英 텔레그래프 보도
사망진단서 사인 조작하고 총알 값까지 청구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 도중 보안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억류해 유족들에게 몸값을 뜯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란 당국이 사망자가 반정부 시위자가 아닌 '시위 폭도들에게 희생된 정권의 순교자'였다는 거짓 문서에 서명해야만 유족들에게 시신을 인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실태를 은폐하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테헤란 거리에서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진 파르하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르하드는 시위 도중 총알에 목이 관통당해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숨진 지 2주가 넘도록 정부 영안실에 묶여 있다.
당국은 그의 부모에게 아들이 '시위대가 아닌 보안군 소속이었으며 폭도들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파르하드의 아버지 밀라드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 그런 문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슴이 불에 지져지는 것 같다. 이 나라는 거짓 위에 세워져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내 아들은 독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키우지 않았다"며 "내 아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나 바시즈 민병대 등 어떤 정부 조직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유족이 거짓 진술서를 거부하면 당국은 시신을 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이 금액은 최대 1만6000파운드(약 3200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한 유족은 아들을 살해한 총알 값으로 약 700달러를 내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유족 몰래 시신을 암매장하거나 사망진단서의 사인을 조작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즈에서 시위 도중 실종된 자바드(25)의 가족은 며칠 뒤 이란 정보부로부터 그가 다른 시위대의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이미 보안군 묘역에 묻혔다는 통보를 받았다.
테헤란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알리레자 라히미(26)는 등에 총을 맞고 숨졌지만 그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단단한 물체와의 충돌'로 기록됐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IHR)의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국장은 이런 행태가 정권의 조직적인 기만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은 시위대 사망자 수를 줄이고 보안군 사망자 수를 부풀려 국제 사회의 압박을 피하고자 한다"며 "또 거짓 진술을 한 유족들을 내세워 다른 시위대의 처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게 만들고 사형 집행의 명분을 쌓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이 추정한 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는 4519명이다. 이 중 4251명은 시위대, 197명은 보안군으로 파악됐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사망자가 3117명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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