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강진 대피소서 출산…온정 손길에 산모·아기 모두 건강
응급구조사, 수술장갑 없이 손 소독제와 휴대폰 불빛으로 도와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발생 직후인 25일(현지시간)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의 한 대피소에서 의료진과 응급구조사, 피난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일 AFP에 따르면, 임신 38주째였던 엘리아나 가르시아(19)는 지진이 일어난 24일 가족들과 함께 대피소로 향하던 중 양수가 터져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고, 곧 진통이 시작됐다.
엘리아나는 의사로부터 "골반이 좁아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고, 일주일 뒤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아 놓았지만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25일) 새벽이 되어서야, 가르시아와 함께 피신하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챙긴 시트 1장에 가르시아를 눕혔다.
엘리아나의 올케 훌리아 디 지우세페(37)가 달려 나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가족을 찾는 사람들과 생존자를 수색하는 구조대원들로 거리는 아수라장이었다. 훌리아가 대피소에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엘리아나는 막 출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훌리아는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던 한 응급구조사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고 그녀가 돕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진 직후의 혼란 속 물도, 수술용 장갑도 없는 상황에서 응급구조사는 휴대전화 불빛과 손 소독제만을 사용해 출산을 도왔다. 곧 피난민 수십 명이 모여들어 걱정스럽게 엘리아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남자아이가 태어났고,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훌리아는 "사람들이 머리끈을 꺼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것으로 (탯줄의) 양쪽 끝을 묶고는 알코올을 잔뜩 발랐다"고 말했다. 탯줄은 손톱 가위로 잘랐다.
가족의 품에 안겨서 병원으로 향하던 엘리아나는 이후 쓰레기 수거용 손수레와 구급차를 타고 공립병원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지진 피해자가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성심성의껏 엘리아나를 보살폈다.
엘리아나는 아기가 남자아이라면 '다니엘 에두아르도'라는 이름을 지어 주려 했지만, 지진으로 실종된 언니를 생각하며 '가엘 헤수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엘리아나는 "언니는 항상 제게 '가엘'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라고 말했다"며 "언니를 위해 저는 아기를 '가엘 헤수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것이 언니와 함께 있는 저만의 방식이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훌리아는 엘리아나가 아기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는 그 아이를 구했지만 두 조카를 잃었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엘리아나의 언니와 조카 1명은 아직 실종 상태이며, 14세와 11세였던 두 조카들은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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