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쿠데타 모의 前총리 망명받은 멕시코 대통령 '기피인물' 선언

카스티요 前대통령과 함께 재판 중 망명

페루 의회의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멕시코가 페루에서 친위 쿠데타 공모 혐의로 기소된 베트시 차베스 페루 전 총리에게 망명을 허가하자 멕시코와 단교를 선언했던 페루 정부가 이번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했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페루 의회는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 선언을 찬성 63표와 반대 33표로 통과시켰다.

우파 성향의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페루 국회의장 권한대행은 셰인바움 대통령이 "말뿐만 아니라" 차베스에게 망명을 허가해 페루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성향의 하이메 키토 의원은 "다시 한번, 그들은 우리의 자매 국가인 멕시코와 관계를 끊어 국제적인 망신을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멕시코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 선언을 거부한다면서 국제법을 엄격히 따라 차베스에게 망명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망명 허가가 '비우호적 행위'라는 페루의 주장을 일축했다.

2022년 12월 의회 해산을 시도했다가 탄핵된 페드로 카스키요 전 대통령의 반란 혐의 재판이 열린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카스티요의 지지자들이 법정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페루와 멕시코 간의 갈등은 페루가 '최초의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좌파 성향의 전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를 축출하면서 비롯됐다.

2021년 7월 대통령에 취임한 카스티요는 수차례 탄핵 소추를 당하는 등 의회와의 대치가 이어진 끝에 계엄령 및 의회 해산을 시도하다 2022년 12월 탄핵당했다.

이후 카스티요는 가족과 함께 페루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러 가던 중 체포돼 반란·권한 남용 혐의로 징역 34년 형을 구형받았다. 카스티요 밑에서 총리로 일했던 차베스는 의회 해산을 공모한 혐의로 25년 형이 구형됐다.

그러나 같은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시 멕시코 대통령은 카스티요의 축출을 두고 "기득권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페루와 갈등을 빚었다.

2022년 12월 멕시코가 카스티요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망명을 허가하자, 페루는 멕시코 대사를 추방했다.

같은 당 후보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이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며 카스티요를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옹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차베스가 멕시코 대사관저에 머물며 망명을 허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페루 정부는 지난 3일 멕시코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