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흑해 충돌' 수출 막혀 밀값 급등…"호르무즈 원유보다 심각"
세계 밀 30% 공급…올해 곡물수출 8600만톤 차질
가뭄·엘니뇨·비료 부족까지 겹쳐…"세계 식품가격 올해 11.8% 상승"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와 상선을 상호 공격하면서 해상 곡물 수출이 사실상 막히자 국제 밀 가격이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뭄과 엘니뇨, 이란 전쟁에 따른 비료 부족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인 식량가격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 밀 선물가격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차질로 3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2주 동안 우크라이나 최대 다뉴브강 항구와 러시아 흑해 노보로시스크 터미널 등이 공격받으며 수출 차질이 악화했다.
흑해 농산물시장 조사업체 소브에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대표는 곡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원유시장에 미친 것보다 심각하다"며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우크라이나는 5위로 두 나라가 세계 밀 공급의 약 30%를 차지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아조우해와 흑해 항구의 차질로 올해 세계 곡물 수출의 약 17%에 해당하는 최대 8600만톤의 공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산 5200만톤, 우크라이나산 3400만톤이다. 우크라이나가 철도와 다뉴브강을 통한 대체 수송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이 가운데 약 1700만톤만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의 화물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를 비롯한 흑해 항구의 해운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가 지난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하면서 이곳의 주요 곡물 터미널 3곳도 모두 가동을 멈췄다.
특히 양국의 겨울밀 수확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8월부터 새로 수확한 곡물의 수출 성수기가 시작된 시점에 차질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달 곡물 수출은 정부 자료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75% 급감했다. 농업은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러시아도 이달 곡물 수출량이 약 220만톤에 그쳐 지난해 8월 460만톤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소브에콘은 예상했다.
러시아의 흑해·아조우해 곡물 수출능력은 월 330만톤 수준에서 현재 가동 중인 투압세 시설의 약 25만톤으로 급감했다.
곡물 공급 차질은 다른 농산물의 가격 상승 압력과 맞물렸다. 광범위한 가뭄과 엘니뇨에 따른 생산 차질에 이란 전쟁으로 비료 부족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세계 식품가격이 올해 11.8%, 2027년에는 추가로 4.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티아나 오를로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최근 흑해 일대의 교전 격화가 "더 심각한 세계 식품가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체 수송로마저 여건이 좋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흑해 곡물협정이 무산된 뒤 다뉴브강 등을 이용한 수출망을 구축했지만 올해 극심한 폭염과 강수량 부족으로 수위가 낮아져 선박 적재량이 줄고 운송비가 상승했다. 러시아는 지난주 다뉴브강 최대 곡물 수출항인 이즈마일의 기반시설도 공격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밀 가격조차 장기간의 흑해 공급 차질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농업시장 조사업체 BMI는 시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장기간 또는 반복적인 수출 중단이 발생하면 세계 밀 공급에 미치는 충격이 현재 가격에 반영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조프 대표는 시장이 2022년 이후 흑해에서 발생하는 공급 차질은 결국 해결된다는 데 익숙해졌다면서 지난달 기록한 밀 선물의 3년 만의 최고가가 조만간 다시 깨질 것으로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