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불신에 M7 시총 1200조원 증발…알파벳 7%·테슬라 15% 급락

하루 만에 7970억달러 사라져…"현금창출 기업에서 자본집약 기업으로"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80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알파벳과 테슬라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잉여현금흐름(FCF)까지 적자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이 AI 지출의 수익성을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 지수는 4.8% 급락해 시가총액 7970억달러(약 1200조원)가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충격이 시장을 뒤흔들었던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매그니피센트7은 알파벳,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플랫폼,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증시를 주도해온 대형 기술주 7개를 모은 것이다.

이날 매도세의 진원지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과 테슬라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7.1% 급락해 2025년 5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루 동안 시가총액 약 3000억달러가 증발했다.

테슬라는 14.5% 폭락해 2025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시가총액 감소분은 약 2000억달러에 달했다.

아마존도 4.6% 떨어지며 기업가치 약 1200억달러가 사라졌다. 메타는 3.4%, 마이크로소프트는 2.2%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7 종목이 모두 내린 가운데 AI 설비투자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선 애플의 낙폭이 가장 작았다.

매그니피센트7 지수는 지난 5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11% 떨어져 약 2조달러의 시가총액을 반납했다.

알파벳·테슬라, 나란히 잉여현금흐름 적자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은 AI 투자 규모와 현금흐름이었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했다. 2027년에는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알파벳은 2분기에만 약 449억달러를 설비투자에 썼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 지출이 더 많아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5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기업이 된 이후 첫 분기 FCF 적자다.

테슬라도 2분기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142% 급증한 5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25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의 분기 FCF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알파벳과 테슬라 경영진은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즉각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대규모 지출에 더 주목했다.

켄 마호니 마호니애셋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진짜 문제는 투자 규모"라며 "아무도 투자수익률이 얼마가 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이슨 르미어 볼드웰스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블룸버그에 "빅테크 기업은 과거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건전한 재무제표를 보유했지만 이제는 자산집약적 기업이 됐다"며 "투자수익률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빅테크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82% 성장에도 투자비가 더 빨랐다

다만 알파벳의 AI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구글 클라우드의 2분기 매출은 24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2% 급증하며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클라우드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20.7%에서 35.6%로 뛰었다.

앨리슨 포터 야누스헨더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방송에 "알파벳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강한 매출 성장 분기 가운데 하나를 기록했다"며 "클라우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AI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 기준은 단순한 매출 증가에서 현금흐름과 투자 회수 속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설비투자 증가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팅 용량 공급을 앞당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AI 수요를 감당할 컴퓨팅 자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올해는 대규모 자본지출의 해"라며 "현재 투자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과 자체 반도체, 로보택시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핵심 자동차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한 20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막대한 지출이 구체적인 이익과 현금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요구하고 있다.

르미어 CIO는 "과거에는 AI 투자 계획만 발표해도 주가가 올랐지만 이제는 지출이 훨씬 더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가가 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확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기술주 매도세를 증폭했다. 마호니 CEO는 AI 투자 부담과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겹쳤다며 "완벽한 폭풍"이라고 표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