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매파 선회에 '달러 독주'…신흥국·원자재 통화 베팅 흔들

워시 첫 FOMC 후 10월 금리인상 전망 확산
브라질 헤알·호주달러·원화 약세, 엔화는 40년래 최저 위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2026.6.17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기조로 선회하면서 올해 외환시장의 대표 투자 전략이었던 신흥국 및 원자재 통화 강세 베팅이 흔들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19일 FT 분석에 따르면 연준의 정책 전환으로 미국 금리 상승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페소와 노르웨이 크로네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및 원자재 수출국 통화가 최근 수주 동안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워시 의장은 16~17일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존의 금리 인하 편향을 사실상 철회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10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러샤브 아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금리에 대한 매파적 기대가 외환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며 "높은 금리를 제공하던 통화들의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 헤알화, 호주달러, 한국 원화는 최근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2% 이상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 캐나다 달러, 노르웨이 크로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특히 노르웨이 크로네는 같은 기간 4% 넘게 떨어졌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62엔선에 바짝 다가서며 약 40년 만의 최저치 경신 위기에 몰렸다.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높은 실질금리가 달러 자산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픽테자산운용의 샤니엘 람지 멀티에셋 공동대표는 "미국 경제가 몇 달 전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질금리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중동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호주달러와 브라질 헤알화, 노르웨이 크로네는 연초 대비 달러 대비 약 10%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1~2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 물가상승률이 4%를 웃돌면서 달러는 최근 한 달간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달러를 빌려 브라질처럼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현재 14.25%에 달한다.

미쓰비시UFJ(MUFG)의 리 하드먼 선임 외환전략가는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인기 캐리 트레이드의 되돌림을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통화 흐름은 엇갈린다. 한국 원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 주식 급등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약세 압력을 받았다.

반면 에너지 수입국인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필리핀 페소는 이란 전쟁 휴전과 유가 안정, 금리 인상 및 자본유입 확대 정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다만 자산운용사들은 신흥국 전반의 펀더멘털은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외환보유액이 늘고 재정건전성이 강화됐으며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도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람지 대표는 "특히 미국보다 신흥국의 재무상태가 더 양호하다는 장기적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확립한 통화정책 원칙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JP모건의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2% 상승했다.

더 이상 모든 신흥국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묶어 거래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비바인베스터스의 커트 노울슨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유가 충격은 광범위한 신흥국 통화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은 첫 사례"라며 "정책 신뢰도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