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하' 시장 '인상 베팅'…첫 FOMC 워시 "솔로몬의 고민"

연내 금리인상 확률 70% 반영…연준 내부도 매파 기류
워시 지론 'AI 생산성 혁신'은 디플레인가 인플레인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3주차를 맞아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와 인상 양방향 압박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만 채권시장은 오히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재가속하고 있으며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가는 워시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시가 16~17일(현지시간) 첫 FOMC 회의를 통해 물가 재상승과 견조한 고용시장을 이유로 인플레이션 강경파 면모를 보일지, 아니면 AI에 따른 생산성 혁신과 장기적 디스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둘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는 인하 요구…채권시장은 연내 인상 베팅

워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백악관과 금융시장의 시각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공개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고, 견조한 고용시장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란 평화 합의 이후 유가가 다소 진정됐지만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여전히 연준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말 이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7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준 내부 분위기도 매파적으로 바뀌고 있다.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위원들은 성명서에서 사실상 금리 인하 편향으로 해석되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듀크대의 엘런 미드 교수는 블룸버그에 "지금 우리가 보게 될 워시는 수년 동안 보여줬던 인플레이션 강경파여야 한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디플레인가 인플레인가…워시의 또 다른 고민

시장의 고민은 워시가 어떤 경제관을 실제 정책에 반영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워시는 2006~2011년 연준 이사 시절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연준 비판론자로 변신하며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높여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AI가 생산 비용을 낮추고 경제 공급 능력을 확대하면서 구조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워시가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투자, 반도체 수요 확대 등 AI 투자 붐 자체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AI이 가져올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와 만나 물가를 자극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굴스비 총재는 "사람들이 미래의 생산성 향상을 미리 예상하면,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인해 실제 생산성 붐이 도래하기도 전에 선제적인 지출(선행 소비 및 투자)을 늘리게 된다"며 "이는 결국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유발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