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손주 키웠으니 돈 달라"…아들에게 보육비 '7천만원' 청구한 엄마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중국의 한 여성이 15년간 손녀를 돌본 대가로 아들에게 36만 위안(약 72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어디까지 가족의 의무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중국 사회에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법원은 지난 4월, 지난해 진행된 한 사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60대 여성 쉬 씨는 아들 량 씨를 상대로 36만 위안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쉬 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량 씨가 2014년 이혼하면서 당시 4살이었던 딸을 두고 가자, 쉬 씨가 사실상 손녀 양육을 맡게 됐다.

쉬 씨는 손녀의 생활비를 비롯해 의료비와 교육비까지 부담하며 아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로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량 씨는 당시 월급이 3000위안(약 60만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자 능력 안에서 딸을 부양해 왔다고 반박했다.

갈등은 량 씨가 재혼하면서 더욱 커졌다. 량 씨는 새 아내와 함께 집을 나갔지만 딸은 쉬 씨에게 맡겼고 쉬 씨는 이후에도 손녀를 계속 돌봤다.

결국 약 15년간 손녀를 키운 쉬 씨는 경제적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들에게 양육비 성격의 비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슷한 사례는 중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의 한 법원도 최근 손녀가 한 살 때부터 생활비 등을 지원하며 키운 조부모가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32만 위안(약 6400만 원)의 보육비를 청구한 사건을 공개했다.

노년층이 자녀 대신 손주를 장기간 돌보다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후난성에서는 59세 여성이 아들의 육아를 돕기 위해 6개월 동안 손주를 돌보다 체중이 20㎏이나 빠졌고 이후 불안 증세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중국에서는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단순한 가족의 의무로 볼 것인지 아니면 대가를 인정해야 하는 무급 돌봄 노동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여러 세대가 서로 돕는 대가족 문화가 자리 잡아왔다. 유교적 가치관 역시 세대 간 상호 부양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도시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 보육시설 부족 등으로 가족 내 육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부모가 늘면서 조부모가 고향에 남은 손주를 맡아 키우는 경우가 많아졌고 도시에서도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에는 이를 조부모의 당연한 희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노년층의 경제적 여건과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이들의 돌봄 노동에도 정당한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베이성의 사회복지학자 장리융은 연금 제도 개선과 변화하는 은퇴 생활 방식이 노년층의 기대치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며 "가족들은 생활비를 분담하고 더욱 솔직한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사회는 공공 보육 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조부모 양육비' 논쟁이 가족관계를 돈으로 계산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상하이 선통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류구이에는 중국 매체 난펑좡과의 인터뷰에서 자녀 양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으며 조부모의 돌봄은 부모가 양육할 수 없는 경우 보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중국 누리꾼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노년층에게 육아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접근하기 쉬운 보육 서비스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