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로 아내 불륜 찍은 남편…소송은 이겼지만 '몰래 촬영' 징역형
대만 법원 판결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대만 남성이 로봇청소기의 카메라와 음성 기능을 이용해 현장을 촬영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대만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남성 A 씨는 2021년 아내와 결혼했다. 부부는 A 씨의 부모와 함께 생활했으며 휴일에는 별장에 방문하곤 했다.
A 씨의 의심은 2023년 9월 별장에서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칫솔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그는 주차장 CCTV를 확인했고, 과거 아내를 집까지 태워다준 낯선 남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약 3개월 뒤 A 씨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별장에 있던 로봇청소기를 원격으로 작동시켰다.
당초 목적은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음성 기능을 이용해 아내와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로봇청소기의 실시간 영상에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포착됐다.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A 씨는 이를 외도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영상을 녹화했다. 영상에는 아내가 옷을 갈아입거나 남성과 포옹하는 모습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확보한 영상을 근거로 아내와 내연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혼인 관계를 침해했다며 약 200만 대만달러(약 87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결국 아내와 내연남에게 A 씨에게 50만 대만달러(약 217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외도 사실을 입증해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상 자체를 어떻게 확보했느냐였다.
아내는 이후 A 씨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적인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민사재판에서 해당 영상이 증거로 받아들여졌으며 자신의 행위 역시 "법적으로 정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형사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부부 사이의 의무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 권리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A 씨가 우연히 영상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외도를 입증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녹화를 시작했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로봇청소기에 불빛이나 음성 안내 기능이 있었다는 점도 아내가 촬영 사실을 알고 동의했다고 볼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A 씨는 사적인 모습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로 징역 5개월과 벌금 15만 대만달러(약 650만 원)를 선고받았다.
대만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적인 활동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몰래 촬영하거나 이를 공개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최대 3년의 징역형과 30만 대만달러(약 13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던 배우자가 오히려 불법 촬영 혐의로 처벌받으면서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남편도 어느 정도 피해자인데 결혼 생활을 잃은 데다 자유까지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외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대화 기록이나 호텔 영수증, 금융 거래 내역 등 합법적인 방법도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법이 정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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