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출산할 걸 후회" 자녀 압박… 병원서 우는 중년 여성들, AI였다

중국 부모들, 자녀 결혼 재촉하려 AI 영상 구매
"기혼·미혼 갈등 부추긴다" "사기 걱정" 비판도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국 부모들이 '결혼 안 한 걸 후회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제작된 인공지능(AI) 영상을 구매해 자녀들의 결혼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병원에서 우는 미혼 여성들을 묘사한 AI 영상이 중국의 한 숏폼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 영상은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영상에서는 58세 여성이 젊었을 때 결혼과 출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이제는 병원에 혼자 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56세 여성이 "후회한다. 부모님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했지만 귀찮다고 생각해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근데 지금의 나를 봐라"라고 말했다. 게시물에는 해당 여성이 중국 서북부 간쑤성 출신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이외에도 자녀가 없는 중년 여성이 맞은편 병상에 가족들이 몰려와 간병하는 환자를 보며 "딩크족의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고 토로하는 영상도 있다.

(틱톡 갈무리)

영상 속 여성들은 병원 복도에서 울분을 토하고, 주변 사람들은 이를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영상 게시자들이 'AI로 생성한 영상'이라고 표기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주된 시청자는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누리꾼들은 "이런 영상이 더 많이 필요하다. 누가 아직도 독신을 고집하는지 한번 보자", "정신 못 차린 젊은이들을 위한 중요한 교육 도구"라고 평가했다.

반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50대 미혼 여성들은 영상 속 여성들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여성들은 보통 결혼과 육아로 건강과 에너지를 희생한다", "부모님이 이 영상을 내게 보내주면서 진짜라고 믿는다. 나중에 사기당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영상을 공유하는 부모들은 AI 영상 여부엔 관심 없고 내용에만 동의한다"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미혼 여성들에게 불안을 조성하고 기혼자와 미혼자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 결혼과 비혼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행복해지는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1980년 이후 가장 적은 혼인 건수를 기록했으며, 혼인 신고를 한 커플은 610만 쌍에 그쳤다. 신생아 수는 전년도 920만 명에서 954만 명으로 늘었는데, 이는 194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년도보다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용의 해'였던 점이 출생률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용띠 아이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여겨진다.

매체는 이 같은 통계를 통해 중국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 대신 독신 중심의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결혼과 자녀를 통해서만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부모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일부 젊은이들은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