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위기 나몰라라"…우크라 정부·기업 방산비리 위험 수준
NYT 보도…2024년 사기·낭비·관리 부실로 12억달러 손실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러시아와의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방산 기업들의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정부 감사자료, 법원 기록,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상위 10대 방산업체 중 7곳이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과거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거나, 최고경영자(CEO)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감사원과 국방부 내부 감사부서는 2024~2025년 작성한 기밀 감사자료에서 방산업체들이 과도한 가격을 청구하거나 납품에 실패해도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관들은 과거 계약을 불이행했지만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업체만 18곳이었으며 그중 6곳은 단 한 건의 계약도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4년 한 해에만 사기와 예산 낭비, 관리 부실로 인한 손실이 약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지난해 4월 수만 발의 불량 박격포탄을 납품한 파블로흐라드 화학공장의 책임자인 레오니드 시만을 체포했다. 해당 공장은 신관이나 화약 추진체 결함 등 불량 박격포탄이 23만 3000발을 납품했고, 포탄을 교체하는 비용만 약 68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특히 해당 공장이 생산 능력이 부족해 납품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대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시만은 별도의 계약에서 폭발물을 부풀린 가격에 판매하는 계획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로켓 구매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계약을 체결한 정황이 포착됐다. 2024년 국방조달청이 수억 달러 규모의 로켓을 구매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고 3개 업체가 응찰했으나 그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응찰 업체들의 로켓은 모두 튀르키예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었고 다른 것은 가격뿐이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장 저렴한 튀르키예 제조업체 직접 구매 대신 체코슬로바크 그룹의 자회사를 중개업체로 끼워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로켓 구매 비용은 약 1억 3000만 달러 증가했고, 체코슬로바크 그룹은 이 로켓 계약으로 세계적인 방산업체로 성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체코슬로바크 그룹은 올해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했고, 최대주주인 미할 스트르나드(33)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무기 제조업체 소유주로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가까운 세르비아에서 로켓을 구매하기 위해 과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전력이 있고 수출 허가도 받지 않은 중간업체를 끼워 넣으면서 결국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아르센 주마딜로프 국방조달청장은 지난달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크라이나 국방조달청의 전 고문인 타메를란 바하보프는 "군은 필요한 것을 공급받지 못하고, 납품 불이행과 과다 지급으로 예산은 줄어든다"며 "그 결과 더 많은 무기를 주문할 돈이 없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산 비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으로까지 번졌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반부패 수사관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 사업 파트너가 안전성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방탄조끼를 구매하도록 관계자들에게 촉구하는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오랜 전쟁에서 미국 지원이 감소하는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지원 및 드론과 로봇 활용 때문이었으나 조달 과정이 이제는 취약점이 됐으며 국내 정치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경질된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도 이러한 부패 문제를 지적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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