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스크바 시장, '경제 전시체제 전환론'에 "나라 파괴 행위"

소뱌닌 "민간경제 무너지면 전쟁도 성공 못해"…강경파 전시경제론 반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24년 2월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건강 관리부의 진단, 원격 의료기술 연구 임상센터를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시장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 2024.02.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러시아 경제 전체를 전시체제로 전환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나라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소뱌닌 시장은 5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안드레이 콘드라쇼프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 전체를 동원해 전쟁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있다"며 "그러나 현대 경제는 다르게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시 경제 자체가 유지되지 않고 세금도 없고 국민 소득도 사라지며 정치 상황도 완전히 달라지면, 전쟁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삶을 파괴하고 정상적인 경제를 파괴하는 것은 결국 나라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뱌닌은 경제의 전시체제 전환을 둘러싼 논의 자체도 "무가치하고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크 의원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영토 공격이 강화됐다며 "경제를 전시체제로 전환하고 정상적인 군사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레스니크 의원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 지출과 군수 생산을 크게 늘리는 부분적 전시 경제체제로 전환했지만, 경제 전체를 국가가 통제하는 전시 동원체제로까지 전환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의 전시동원체제 전환은 일반적으로 자본과 원자재, 노동력, 생산설비 등을 민간 소비와 투자보다 무기 생산과 군수물자 공급에 우선 배분하는 것을 뜻한다. 필요할 경우 민간기업의 생산 품목과 물량을 정부가 강하게 통제하고, 노동력과 물자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군수화돼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러시아의 2026년 예산에 편성된 군사비가 14조9000억루블(약 26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6.3%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수업체의 생산을 확대하고 국방·안보 분야에 국가 재정을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군수 부문이 높은 임금과 정부 조달 발주를 바탕으로 인력과 자원을 흡수하면서 민간 제조업과 농업, 에너지 분야 등에서는 노동력 부족과 생산비 상승이 심화했다. 여기에 서방 제재와 고금리, 재정적자 확대까지 겹치면서 민간 부문의 성장 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동원한 러시아 본토 정유시설 공격을 확대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연료 부족과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도 러시아 강경파의 전시경제 전환 요구를 자극한 배경으로 보인다.

콜레스니크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는 러시아가 민간경제와 국민 생활을 평시 수준으로 유지하려다 군수 생산과 방어 역량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제 자원과 생산 능력을 전쟁 수행에 더 집중해야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억제하고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소뱌닌 시장은 민간기업의 생산과 고용, 국민 소득과 소비가 유지돼야 세수가 확보되고 장기적인 전쟁 수행과 승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군사비 지출과 노동력 부족으로 정부와 일반 기업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 경제까지 전면적으로 군수 부문에 종속시키면 오히려 재정 기반과 국민 생활, 정치적 안정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뱌닌 시장의 발언은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 수행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강경론과, 민간경제와 사회 안정을 유지하면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