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레드 월'…英스타머, 지선 참패 흐름에도 "사퇴 없다"

집권 노동당, 개표 초반 예상대로 개혁당에 선두 내줘
외신 "英 양당 체제→다당제 민주주의 역사적 격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6.4.30. ⓒ 뉴스1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8일(현지시간) 영국 지방선거 개표 초반부터 집권 노동당이 예상대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한 심판론이 들끓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노동당은 이날 잉글랜드 지방선거 개표 초반 245석을 확보하며 선두를 달리는 개혁당(352석)에 크게 뒤지고 있다. 자유민주당(241석), 보수당(226석), 녹색당(48석) 등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이번 잉글랜드 지방선거는 136개 지역에서 5000여 명의 지방의원을 새로 선출한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약 2500석을 방어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이 가운데 1900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당은 이날 개표에서 하틀폴, 탬워스, 뉴캐슬언더라임 등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하며 노동당의 '레드 월'(노동당의 전통적 표밭)을 무너뜨리고 있다.

영국에서 집권당이 중간선거를 치르며 고전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의 경우 1995년 존 메이저 전 총리 시절 보수당이 2000석 넘게 의석을 잃은 이래 역대급 집권당 참패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날 함께 치러진 스코틀랜드(129석)·웨일스(96석) 자치의회 선거 개표도 이날 추후 시작된다. 두 지역에서도 개혁당이 득세하며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웨일스국민당(플라이드 컴리)에 맞서는 최대 야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 2026.05.08 ⓒ 로이터=뉴스1

노동당은 웨일스에서 1999년 세네드(자치 의회) 설립 이후 27년 만에 웨일스국민당에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영국 현대사상 가장 큰 의석 차이로 보수당을 꺾고 14년 만에 노동당 정권을 되찾았지만, 반복되는 정책 번복과 인사 논란으로 집권 2년 만에 당을 수세로 몰아넣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지방선거 참패 흐름에도 "사임은 없다"고 재차 일축했다. 다음 영국 총선은 2029년이다. 노동당이 125년 역사상 재임 중인 자기 당 소속 총리를 강제로 축출해 교체한 전례는 없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도좌파 성향의 일간 가디언은 스타머 총리가 이미 개혁당에 수백 석을 내주며 거센 사임 요구에 처했다며 "노동당 창당 이래 최악의 지방선거 결과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중진 존 맥도널 하원의원은 "노동당 정부뿐만 아니라 당 자체를 잃을 위기"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전통적 양당 체제가 다당제 민주주의로 분열되는 모습"이라며 "영국 현대 정치 역사상 가장 큰 격변"이라고 진단했다.

극우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지금까지의 지방선거 개표 결과에 대해 "영국 정치의 역사적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더 이상 좌우 양당 구도는 없다"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