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026년 제발 평화롭길"…연말 회견서 우크라·유럽 탓(종합)

"러군, 전략적 주도권 쥐고 계속 진격…우크라, 영토 등 논의 의지 없어"
젤렌스키 "연기 잘한다"·유럽 "돼지들" 조롱…트럼프·시진핑은 칭찬

연말 기자회견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5.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지만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 등을 논의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타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할 준비가 됐다"며 "2026년은 군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권을 포함한 일부에서 특정 형태의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받았다"면서도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측이 평화 협상에 대한 진정한 준비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아직 영토 문제를 논의할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사실상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끝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군이 쿠르스크에서 적을 몰아낸 뒤 전반적으로 전략적 주도권이 러시아군에 완전히 넘어왔다"며 "러시아군이 전선 절체에 걸쳐 진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곳은 훨씬 빠르게 어떤 곳은 느리게 진격하고 있지만 적은 모든 방향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우리군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작전으로 적의 전략 비축량이 심각하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연말 기자회견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5.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에 대한 조롱을 이어갔다.

젤렌스키가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 쿠피안스크 전선에서 공개한 영상의 진위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 관심 없다. 그는 재능 있는 예술가"라며 "그의 연기력은 이전 영화들에서 입증된 바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출신이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쿠피안스크 입구의 기념비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왜 문턱에 서 있나? 안으로 들어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번 주 국방부 확대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을 '새끼 돼지들'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특정 인물을 지칭한 건 아니다. 나는 개인적 공격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특정되지 않은 집단을 지칭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그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 추진에 대해서는 "강도짓"이라고 비난하며 관련 합의가 무산된 것은 "강도들에게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EU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약 156조 원) 상당의 무이자 대출을 합의했지만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활용하는 방안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분쟁을 끝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8월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타협을 요청받고 그러기로 동의했다며 "공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쪽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놓고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안정적인 파트너이자 러시아의 동맹"이라며 중·러가 첨단기술·군사 영역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