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전 총리·英 하원의원 '부동산 비리' 혐의 징역형
과도정부, 英에 판결 통보 예정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 영국 노동당 소속 현직 하원의원이 수도권 토지 불법 취득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법원은 하시나 전 총리와 여동생 셰이크 레하나, 레하나의 딸 튤립 시디크 영국 하원의원에 대한 궐석재판에서 각각 징역 5년과 7년, 2년을 선고했다. 정부 관료 14명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라비울 알람 판사는 "법원은 그가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모든 방글라데시인을 재판할 전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칸 마이눌 하산 반부패위원회(ACC) 검사는 시디크가 당시 방글라데시 총리 비서실장 살라후딘 아흐메드와 나눈 연락 내역을 통해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산 검사는 "튤립은 이모인 하시나 전 총리에게 자신이 본인 명의 1필지와 자녀 2명 명의 2필지를 받았듯,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자매에게도 토지를 배분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흐메드에게 전화를 걸고, 암호화된 앱을 통해 연락했으며, 다카에 머무는 동안 그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시나는 방글라데시 독립운동 지도자였던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이다. 1975년 군부 쿠데타로 가족을 잃은 뒤 국외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81년 귀국해 아와미연맹(AL) 대표로 활동하며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한때 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15년간 권위주의 통치가 이어지고 부패가 만연하자 지난 7월 학생 봉기가 시작됐고, 이는 곧 전국적인 반정부 운동으로 번졌다. 하시나 전 총리는 같은 해 8월 인도로 피신했고, 레하나의 현 소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시나 전 총리는 AFP에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며 "부패 조사 그 자체가 또 다른 부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ACC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시디크는 "방글라데시의 더러운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캥거루 법정(kangaroo court·엉터리 재판)의 결과는 예상할 수 있는 만큼이나 부당하다. 이 판결이 마땅한 경멸을 받길 바란다"고 법원을 규탄했다.
시디크는 지난 1월 방글라데시의 부패 조사로 불법 취득 의혹이 일자 반부패 부장관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이번 판결을 영국 당국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하시나 전 총리의 축출 이후로도 방글라데시에는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2월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유혈 진압을 명령한 혐의로 지난달 사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아사두자만 칸 카말 전 내무장관도 사형을 선고받았고, 유죄를 인정하고 증인으로 전환한 초우두리 압둘라 알마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유엔(UN)에 따르면 하시나 전 총리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1400명이 숨졌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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