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체코전이 분수령…이강인에 자유 부여해 맘껏 뛰놀았으면"

[D-30] "상대 의식 말고 우리 믿어야"
이젠 모두 마음 모을 때 "내가 응원단장이라는 자세로"

최용수 전 축구감독이 서울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최용수 감독은 "이젠 선수들도 팬들도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할 때"라는 이야기로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 D-30'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월드컵이라는 영광스러운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축구선수에게 월드컵 출전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즐겨야한다"고 말한 뒤 "팬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인의 축제를 너무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삼는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 내가 응원단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뜻을 모았으면 싶다"며 웃었다.

"길어진 일정, 고지대서 싸우는 한국에 나쁘지 않아"

최근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최용수 감독은 "개막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이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월드컵에 나갈 정도의 선수라면 스스로 멘털 관리도 할 수 있고 자신만의 부상 방지법도 가지고 있다. 정말 비극적이고 불운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부상 없이 개막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뢰를 보낸 뒤 "다면 걱정은 '현지 컨디션'이다. 대회 일정이 길고 고지대 경기도 있으니 이 부분은 신경써야한다"고 조언했다.

그의 말처럼 북중미 월드컵은 과거 대회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사상 첫 '48개국 본선 체제'가 되면서 3~4일에 한 번 치르던 조별리그 경기가 일주일 간격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홍명보호는 6월 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이어 일주일 뒤인 1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겨룬다. 해발 1571m의 고지대에서 연거푸 2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3차전 장소 몬테레이로 이동해 25일 남아공과 3차전을 갖는다.

최용수 전 축구감독이 서울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최용수 감독은 "경기와 경기 사이가 길어지면 지루한 면도 있고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고지대 경기가 2차례나 있는 우리에게는 외려 반가운 일"이라면서 "고지대에서 경기하면 일반적인 경기장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체력소모가 크고 회복도 더디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의 시간은 우리에겐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이번 대회 성패의 분수령은 체코와의 1차전이라고 단언했다. 경계해야할 장점을 갖춘 팀이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힘을 실었다.

그는 "체코는 20년 만에 본선(2006 독일월드컵 이후 처음)에 나서는 팀이다. 한국전이 오랜만에 치르는 월드컵 첫 경기다. 긴장도 될 것이고 허둥댈 수 있다. 유럽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느라 본선행 확정이 늦어져 베이스캠프도 자신들 입맛대로 고르지 못했다. 고지대 적응력도 우리보다는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최 감독은 "신체 조건이 좋고 수비 잘 하는 팀이다. 세트피스도 위력적"이라면서 "우리가 경기를 잘 풀고 밀어붙이다 결정적인 한 방을 얻어맞고 결과를 놓칠 수도 있다. 이런 건 반드시 경계해야한다"고 말한 뒤 "쉽게 볼 팀은 아니지만 잡을 수 있는 팀이다. 상대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능력을 믿고 잘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격려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2025.6.10 ⓒ 뉴스1 김진환 기자
"큰 무대에서 더 신나는 이강인, '자유' 부여했으면"

홍명보호 성패를 좌우할 키플레이어로는 주저 없이 이강인을 꼽았다. 최 감독은 "발밑에 공이 있으면 12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면서 "재능으로만 따진다면, 한국 축구 역대 최고라고 본다. 천재라 불리던 선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이강인 같은 선수는 없었다"고 극찬했다. 그 '역대급 재능'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이강인이 이번 대회를 통해 뭔가 터뜨릴 것 같다. 기대된다. 관중이 많고 큰 무대에서 더 신이 나는 유형"라면서 "적어도 공격 시에는 이강인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제한된 역할에 가두기보다는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줬으면 한다. 이재성이나 황인범 등 같이 호흡을 맞춰줄 재능들도 있다. 멋진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최용수 감독의 마지막 당부는 '분위기'였다. 선수단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기운'을 하나로 모아야한다고 호소했다.

최용수 전 축구감독이 서울 강남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최 감독은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팬들이 보기에는 지난 과정에 아쉬움이 있겠지만, (홍명보)감독 입장에서는 평가전 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분명 있다. 지난 결과를 너무 예민하게 바라보진 않았으면 싶다"고 대표팀을 감쌌다.

이어 "과거를 돌아보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로 뜻을 모았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월드컵 우승을 노릴 실력은 아니다. 지나친 비판은 이제 거둬들이고 가족, 친구들 모두 모여 이 축제를 즐겼으면 싶다. 내가 응원단장이라는 마음을 가져야할 때"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국가대표"라고 말한 최 감독은 "경기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우리보다 선수들이 더 강하다. 그들의 진지함을 우리가 앞설 수는 없다. 선수들은 동료들을 믿어야하고, 팬들은 선수들을 믿어야한다. 이제는 다 같이 즐겨야할 때"라면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