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박진섭…'무명의 3부리거'로 출발해 월드컵 코앞까지

수비형MF와 센터백 소화할 수 있는 멀티능력 장점

월드컵이라는 꿈에 다가가고 있는 박진섭. 2024.3.27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늦게 핀 꽃' '인간 승리 드라마' 등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무명의 축구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박진섭(31·저장FC)이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한다.

한때 "태극마크를 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젠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가 아른거리는 수준이 됐다.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지막 모의고사만 남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28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밀턴케인스의 스타디움 MK에서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갖는다. 2026년 첫 A매치로, 본선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염두에 둔 상대다.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 후 대표팀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 4월 1일 오전 3시 45분 에른스트 하펠 경기장에서 오스트리아와 격돌한다. 엔트리를 완성해야하는 홍명보 감독도, 홍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야하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2연전이다. 본선 진출 국가들이 FIFA에 최종 명단을 제출하는 5월까지, 더 이상의 공식 평가전은 없다.

이번 유럽 2연전을 위해 영국에 모인 이들은 월드컵 본선을 위한 8~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 없다. 하지만 모호한 경계에 놓인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부상으로 이번 소집에 함께 하지 못한 '키맨' 황인범과 함께 중원에 배치될 이들이 그렇다.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준비하는 박진섭(왼쪽)이 김민재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 감독은 지난 16일 소집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완성도를 주문해야하는 포지션도 있으나 월드컵에 나갈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하는 포지션도 있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는, 아직 실험을 더 진행해야하고 조합도 찾아야한다"는 말로 고민을 피력한 바 있다.

소집된 인원들 중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박진섭을 비롯해 김진규(전북) 백승호(버밍엄시티) 홍현석(헨트), 권혁규(카를스루어)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 정도다. 옌스는 이명재가 부상으로 빠진 풀백으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황인범의 공백도 아쉽지만, 박용우와 원두재 등 전형적인 수비형MF들이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게 홍 감독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의 불행은 누군가의 기회이기도 한데, 박진섭이 그러하다.

이전까지 수비수로 대표팀에 호출됐던 박진섭은 이번에 MF로 분류됐다. 홍 감독은 "박진섭은 지난해 전북현대 시절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는데, 이적 후 투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이는 대표팀 전술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박진섭이 이번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는다면 본선행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박진섭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소위 축구 명문교 출신도 아니고 어지간한 프로라면 한두 줄쯤 가진 연령별 대표 이력도 없다. 성인 무대 출발도 2017년 내셔널리그(K3리그) 대전코레일 입단이었으니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던 선수다. 그런데 뒤늦게 진한 향을 뿜으며 꽃을 피우고 있다.

무명의 3부리거로 출발해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박진섭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8년 K리그2 안산에 입단해 프로 무대를 밟은 그는 2년 만에 대전하나로 이적했고 다시 2년이 흐른 뒤 K리그1 최강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2025년, 포옛 감독의 주문으로 센터백에서 수비형MF로 변신한 박진섭은 안정적으로 후방을 지키며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을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A대표팀에도 꾸준히 부름 받았으니 대반전이다.

홍명보호에서 이미 수비형MF 테스트도 진행했고 지난해 11월18일 가나전에서는 김민재-조유민과 함께 스리백을 구성해 호평도 받았다. 한정된 인원으로 대회를 치러야하는 팀에는 '멀티 능력'을 갖춘 이가 필요하다는 것도 박진섭을 주목하게 하고 있다.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3부리거로 다시 시작한 선수가 꾸준히 성장해 K리그 최고 클럽의 주장이 됐고 우승을 발판 삼아 해외무대(중국)에도 진출했다. 이제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서도 쟁쟁한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2002 월드컵에서 전 국민에게 울림을 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구가 박진섭이라는 인간 승리의 아이콘과 함께 또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 확정은 아니다. 마침표를 찍는 것은 박진섭의 몫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