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도 감독도 팬도 모두 잡은 인천…1년 전과 사뭇 다른 넉넉한 연말

윤정환 감독과 재계약, 안정적인 1부 복귀 준비
시상식서 다수 수상자 기대…2부서 '1만 관중'도

지난해 강등과 함께 고개 숙였던 인천이 1년 만에 다시 비상에 성공했다. 모두가 합심해 뛴 결과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4년 11월10일.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팬들에게는 악몽 같은 날이다.

그날 인천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에서 1-2로 패하면서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시즌 최하위가 확정됐다. 매 시즌 어떻게든 살아남아 '잔류왕'이라 불리던 인천이 창단 후 처음으로 2부리그행 고배를 마신 날이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25년 10월26일, 인천 선수단과 팬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그날 인천은 다시 안방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에서 3-0 완승을 거두면서 잔여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부 승격을 확정했다. 단 1시즌 만에 지옥의 레이스를 탈출한 쾌거다.

침울했던 1년 전과는 안팎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성적과 흥행에 모두 성공한 인천은 승격을 진두지휘한 윤정환 감독과의 재계약까지 마무리하면서 여유롭고 넉넉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인천은 지난 23일 "윤정환 감독과 옵션을 포함, 계약 기간 3년의 재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시즌 최종전이 열리던 날 발표된 '오피셜'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23일 오후 인천시 중구 도원동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9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충북청주의 경기 종료 후 윤정환 감독, 조건도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와 재계약 서명한 서명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1.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윤 감독과의 동행은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발표가 다소 늦어져 인천 팬들을 애타게 했다. 지난해 강원FC 준우승과 올해 인천의 K리그2 우승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은 윤정환 감독을 다른 팀이 노린다는 소문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홈구장에서 펼쳐진 시즌 최종전 끝난 뒤 인천시장인 유정복 구단주가 필드에서 직접 윤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하는 '깜짝 이벤트'로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앞서 윤정환 감독은 10월31일 2025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념 기자회견'에서 "인천은 축구하기 좋은 환경과 좋은 서포터를 보유하고 있다. 성적만 좋으면 축구 산업도 발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팀"이라며 애정을 전했다.

이어 "구단의 연장계약 제안을 아직 받진 않았으나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구단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프로구단은 1년, 1년 하루살이처럼 살면 안 된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야한다"는 소신을 밝혔는데 결국 원만한 소통으로 동행이 성사됐다.

득점왕 무고사를 비롯해, 연말 사상식의 주인공이 될 선수들도 많다. ⓒ News1 박정호 기자

재계약 이슈가 있던 사령탑을 빠르게 붙잡으면서 인천은 안정적인 호흡으로 내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에 앞서 기대되는 따뜻한 연말 'K리그 대상' 시상식도 있다.

이미 '인천 명예시민' 무고사가 득점왕(20골)을 예약했고 MVP 후보에 오른 제르소와 영플레이어상 후보 박승호도 수상이 유력하다. 포지션별 시즌 베스트11을 노리는 선수들도 많다. 지난해 강등으로 깊이 고개 숙였던 선수들이 올해는 주인공으로 환하게 빛날 차례다.

인천이 다시 비상할 수 있었던 것은 2부리그로 떨어졌어도 한결 같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공도 크다. 인천은 지난 26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2 27~39라운드을 대상으로 평가한 관중 유치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풀 스타디움상 ▲플러스 스타디움상을 석권했다.

인천은 해당 라운드 총 6번의 홈경기에서 평균 유료관중 1만1203명을 기록해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유치했다. 1만1203명은 지난 2차 평균 유료 관중 9264명 대비 1939명 늘어난 것인데, 2부리그에서 1만 관중은 쉽지 않은 수치다.

강등이 결정된 직후부터 인천은 선수단과 프런트 그리고 팬들이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곧바로 승격'을 외쳤다. 강등됐어도 주축 선수들이 모두 남았고 팬들도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뛰었다. 덕분에 1년 만에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게 된 인천유나이티드다. 치열한 반성으로 출발했기에 가능했던 반전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