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장현수, "슈틸리케 감독, 큰 일 내실 분"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2015년 한국 축구대표팀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다. K리그에서 증명한 경쟁력으로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단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황의조(23·성남)가 대표적이다. 또한 해외에서 묵묵히 경기를 뛰며 기회를 기다린 석현준(24·비토리아), 정우영(26·빗셀 고베)도 있다. 그리고 그동안 대표팀에서 백업에만 머물다가 올해 큰 신뢰를 받으면서 수비라인의 만능키로 거듭난 이도 있다. 바로 장현수(24·광저우 푸리)다.
장현수는 지난해 10월 김진수(23·호펜하임)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되면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첫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출항을 시작한 슈틸리케호에서 장현수는 자신의 본업인 중앙 수비수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까지 맡는 등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역할은 아니지만 장현수는 팀에 필요한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면서 2015년 한국 축구 부활에 크게 일조했다.
장현수가 올해 대표팀과 함께 시작한 무대는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이다. 장현수는 한국이 27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오르는 동안 선발 3회, 교체 3회로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아시안컵 1, 2차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대회전부터 주변에서 감독님께서 나를 신뢰하는 만큼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경기에 나섰는데 내 경기력에 크게 실망했다. 그리고 3차전에서 경고 누적을 우려해 선발로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김)영권이 형과 (곽)태휘 형이 너무 잘했다. 이후 교체로만 경기에 나서서 결승전 선발 출전은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결승전 전날 감독님께서 내게 수비형 미드필더 선발 출전을 알려줬다. 생각지도 못한 출전 예고에 집중이 안됐다. 팀은 훈련 때 몇몇 선수들의 선발 변화로 조화롭지 않은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내 탓 같고 피해를 주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뛰자는 생각으로 죽을 듯이 뛰었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한 뒤 처음으로 경기 중에 쥐가 났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한국의 아시안컵 결승행에 일조한 장현수는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도 차출됐다. 대회전부터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시켰다.
"동아시안컵은 의미가 큰 대회다.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평소에 하던 위치가 아니다보니까 그동안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기를 찾아서 계속 봤다. 준비한 덕에 1차전 중국,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60점은 받을 만 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3차전에서는 지친 나머지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많았다. 체력이 떨어져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미흡했다. 많은 것을 느낀 대회였다."
장현수의 실망과 다르게 대회 조직위는 한국의 우승과 함께 장현수를 대회 MVP로 선정했다. 장현수는 "누가 선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왜 이상을 받는지 의아했다. 감독님이 추천을 했다면 내가 아니라 창훈이나 재성이가 받았을 것"이라며 "공격이 안 된다고 느껴 수비적으로 치중하자고 다짐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동아시안컵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의 위치를 변경했다. 지난 3월 차두리(35·은퇴)의 대표팀 은퇴 후 무주공산이 된 오른쪽 측면 수비다. 장현수는 바뀐 위치에 대해 "감독님께서 동아시안컵을 치르고 많이 느끼셨나보다.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웃어 본인 뒤 "내가 중앙 수비수치고 키가 크지도 않고 파워도 떨어지고, 공중볼도 강하지 않다. 그래서 변화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포지션을 계속 바꾸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본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여러 자리에서 뛰다보니 실험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좋게 생각하면 여러 자리에서 뛰는 좋은 경험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어느 자리에서라도 뛰는 것은 영광이다."
대표팀에서 처음 맡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어렵지 않을까. 장현수는 "FC 도쿄 시절 3차례 정도 그 자리를 맡은 기억이 있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중앙 수비수와 플레이가 달라야 한다. 중앙 수비수는 공을 준 뒤 수비 위치를 잡고 경기의 흐름을 읽으면서 수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측면 수비수는 중앙 수비수 역할과 함께 오버래핑을 언제 해야 할지, 측면을 넓혀야 할지 좁혀야 할지, 중앙 수비를 언제 커버해야 할지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또한 시야도 왼쪽과 정면을 봐야해 차이가 있다“고 두 포지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측면 수비수는 빠른 발이나 뛰어난 지구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뛰는 자리다. 현재 세계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꼽히는 다니 알베스(32·바르셀로나)가 그렇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차두리도 대표적이다.
이에 장현수는 "나도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세운다고 하셨을 때 내가 특출 난 게 없어서 의아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어려운 것을 많이 바라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비를 우선으로 하고 빌드업을 강조한다. 원하시는 것에 우선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 장현수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임창우(23·울산)와 함께 오른쪽 측면 수비수 경쟁을 하고 있다.
"두 선수와는 포지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다만 라오스전이 끝나고 창우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내가 중앙 수비수를 보고 창우가 오른쪽을 봤는데 공격에 올라가면 안 내려와서 경기 끝나고 "수비 좀 내려와라. 빨리 빨리 움직여라"하고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내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해보니까 창우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시안게임때 내가 창우였으면 잔소리하는 동료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창우는 내 사과를 듣고 "이제 내 마음을 알겠냐"고 하더라."
장현수가 멀티 능력을 보이면서 한국 수비에 힘을 보탠 덕분에 한국은 2015년 치른 20경기에서 단 4골만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0.2실점은 올해 209개 FIFA 회원국 가운데 최소 평균 실점이다.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고 팀이 있어서 이룬 것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올해 아시안컵을 경험하면서 개인보다 팀이 위대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올해 대표팀은 화목했다. 나이가 많은 태휘 형부터 가장 어린 창훈이까지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가족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장을 맡고 있는 성용이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윗사람들한테 잘하고 밑에 사람들한테도 잘한다."
좋은 흐름의 대표팀은 내년에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 나선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예선 6경기 동안 무실점 전승행진으로 2차 예선 통과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최종예선에 올라간다면 한국은 2차 예선과 다르게 이란, 일본, 호주 등 만만치 않은 팀과 격돌한다.
장현수는 "지금 대표팀은 어느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져도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에 치를 최종예선에서 선수들은 마음가짐만 단단히 준비하면 된다. 감독님께서 워낙 꼼꼼하게 상대 분석을 많이 하고 작은 것 하나 놓치기 싫어하신다. 열정이 엄청나시다. 존경스러운 감독님이다. 한국에서 분명 큰 일을 내실 분"이라면서 단단한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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