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결산]①숙소 대란에 버스 노쇼까지…32년 만의 日 AG '낙제점'
컨테이너 누수·크루즈선 바닥 취침…수송 파행까지 대회 내내 잡음
도요토미 분장·애국가 대신 北 국가…유승민 회장 "F학점"
-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다.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종합축제가 32년 만에 일본에서 개최되면서 기대를 받았으나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매머드' 국제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도 큰 도전이었다. 특히 1988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서울에 패한 나고야가 오랜 기다림 끝에 국제 종합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는 점도 상징성이 있었다. 이를 발판 삼아 부흥을 꿈꿨겠지만 남은 건 불신과 무능, 그리고 망신뿐이었다.
지난달 10일 남자 농구 사전 경기를 시작으로 문을 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열전을 마치고 4일 오후 6시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폐회식을 진행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국은 총 469개의 금메달을 놓고 3년간 갈고닦은 기량을 겨뤘다.
'수영 7관왕'에 오른 장산숴(중국)를 비롯해 육상 100m와 200m를 제패한 푸리폴 분손(태국), 게임 뿌요뿌요로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11세 구리하라 유키(일본) 등 아시아 각국의 스포츠 스타들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4일 펼쳐지는 승마 종목의 금메달 2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중국은 금메달 169개, 은메달 89개, 동메달 83개 등 압도적인 성적으로 12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개최국 일본은 금메달 83개, 은메달 95개, 동메달 91개로 3회 연속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에 그쳐 목표인 금메달 40~45개를 달성하지 못했다.
종합스포츠축제에서 주인공인 선수들의 경기력과 기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게 응당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였다. 엉망진창인 대회 운영으로 공분을 샀다.
최근 올림픽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비용 절감을 추구해 왔는데,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도 비슷한 길을 택했다. 그러나 긴축을 바탕으로 대회를 준비한 게 '무리수'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건 선수단 숙박 시설이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선수촌을 새로 건립하지 않는 대신 대형 크루즈선과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기존 호텔 등에 각국 선수단을 분산 배치한다는 구상을 내놓았을 때부터 우려가 컸고, 결국 현실이 됐다.
컨테이너형 숙소의 비좁은 공간과 시설을 놓고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폭우로 컨테이너형 숙소에 누수가 생겨 선수들이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형 크루즈선에 머무는 선수들 역시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숙소를 제때 배정받지 못해 크루즈선 로비 바닥에서 잠을 자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송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결전의 땅에 도착한 선수들을 숙소로 데려가야 할 버스가 오지 않아 하염없이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버스 배차 문제도 심각했다. 한국 선수단 역시 버스가 오지 않거나 엉뚱한 곳으로 향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남자 농구대표팀은 결승 당일 배정된 버스의 '노쇼'로 오전 훈련을 취소해야 했고, 남자 배구대표팀도 같은 일을 겪었다. 축구대표팀을 태운 버스는 경기 당일 엉뚱하게 야구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 정도는 약과에 속했다. 베트남 여자 배구대표팀은 버스가 1시간 15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와의 순위 결정전을 30분 늦게 시작해야 했다.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선수단 숙소로 사용된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기념하는 환영 행사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인물이 등장해 대한체육회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한 남자 하키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단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했지만, 선수들은 숙소에서 마음 편히 쉬지도 못했고 제때 경기와 훈련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다. 경기장에 가서도 어떤 황당한 일이 발생할지 신경 써야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문제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했지만, 두 손으로 무너지는 댐을 막는 수준이었다. 부실 운영은 대회 내내 계속됐다.
비판은 일본 내부에서도 나왔다. 일본 매체는 과거 꼼꼼한 대회 운영으로 평가받던 일본의 '완벽 신화'가 무너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 역시 엉성한 대회 운영에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오무라 히데아키 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가 감동과 우정으로 가득한 대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만들어낸 감동 못지않게 숙소와 수송 등 부실한 운영이 크게 부각됐다. 각종 황당한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대회를 위해 일본을 찾은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걱정해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대회를 제대로 운영할 준비와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개최권을 부여한 OCA 역시 이번 대회의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운영 측면에서 총체적 난국이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이번 대회 운영에 매긴 평가는 낙제점인 'F학점'이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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