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때 폭우에 울었던 서채현, 나고야서 '금빛 등반' 완성[AG]

주종목 리드 결선서 유일 완등…항저우 銀 아쉬움 씻어내
7살 때 클라이밍 시작한 '클수저'…아시아 정복 후 올림픽으로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리드 금메달을 딴 서채현.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기량'이 아닌 악천후에 울었던 서채현(23·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나고야에서 마침내 '금빛 등반'을 완성했다.

서채현은 3일 일본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결선에서 출전 선수 8명 중 유일하게 완등(top)을 기록해 우승했다.

앞서 열린 볼더링에서 동메달을 땄던 그는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 항저우 대회 콤바인(리드+볼더링) 은메달까지 합치면 개인 통산 세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하지만 서채현에게 항저우의 기억은 썩 달갑지 않다.

서채현은 당시 콤바인 준결선에서 모리 아이(일본)와 공동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졌다.

결선이 여러 차례 지연된 끝에 결국 취소됐고, 예선 성적에서 모리에게 밀린 서채현은 결선을 치러보지도 못한 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컨디션이 크게 올라온 상황에서 제대로 경쟁해 보지도 못하고 금메달을 놓쳤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서채현.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대회 스포츠클라이밍은 실내인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진행됐다. 더 이상 날씨의 심술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서채현은 오롯이 자신의 등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종목 변화도 서채현에게 반가웠다.

항저우 대회까지는 리드와 볼더링 성적을 합산하는 '콤바인'으로 메달을 가렸다. 리드에 비해 볼더링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채현에게는 부담스러운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 리드와 볼더링이 별도 종목으로 분리됐다. 리드 세계랭킹 2위인 서채현에게는 자신의 장점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먼저 열린 볼더링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서채현은 자기 주 종목인 리드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준결선에서 모리와 함께 단 두 명뿐인 완등자로 공동 1위에 오른 서채현은 결선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선에서도 모리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승부는 예상보다 싱겁게 갈렸다.

모리가 47+(47번째 홀드까지 잡은 뒤 다음 동작을 시도한 것으로 인정)에 그쳤지만, 서채현은 끝까지 벽을 올라 유일하게 완등에 성공했다. 그렇게 3년 전 폭우에 가로막혔던 금메달을 자신의 힘으로 따냈다.

클라이밍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7살 때부터 '등반가'의 길을 걸은 서채현은 두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마침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제 시선은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으로 향한다. LA 올림픽에서도 리드와 볼더링이 별도 종목으로 치러지는 만큼, 서채현은 자기 주 종목인 리드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간판 서채현(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포트 메세 전시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리드 결승에서 톱(TOP)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서채현은 라이벌 모리 아이(일본·47+)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며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에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