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155연승' 무패 전설 끝났다…日 후지나미, 北 손일심에 충격패[AG]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2017년 이후 3371일 만에 패배
"1996 애틀랜타 결승에서 북한 계순희에게 패했던 다무라 떠올라"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9년 동안 이어졌던 '155연승 무패 전설'이 끝났다.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후지나미 아카리(22·일본)가 안방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손일심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3일 스포츠호치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이날 일본 나고야 이나나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레슬링 여자 자유형 57㎏급 준결승에서 손일심에게 0-10으로 완패했다.
손일심은 세계랭킹 3위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9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던 후지나미가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은 일본에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후지나미는 1피리어드 시작 직후 2점을 먼저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에도 손일심의 거센 공세에 밀려 0-6까지 뒤처졌다.
후지나미는 태클을 시도하며 반격을 노렸으나 손일심의 단단한 방어를 뚫지 못했다. 결국 2피리어드에서도 흐름을 뒤집지 못한 채 패배가 확정됐고, 후지나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매트를 내려왔다.
이날 패배로 후지나미가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 6월부터 일본 국내외 대회에서 이어온 155연승 행진도 마침내 멈췄다.
무려 3371일 동안 패배를 몰랐던 후지나미가 약 9년 만에 맛본 패배였다.
후지나미는 일본 여자 레슬링의 간판이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자유형 53㎏급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에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존 53㎏급에서 4㎏을 올려 57㎏급에 출전했는데, 체급을 올린 뒤 처음 나선 국제대회에서 손일심이라는 벽에 막혔다.
후지나미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도시카즈는 경기 후 "과제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경기를 치르게 됐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의 충격도 컸다.
후지나미는 이번 대회 일본 선수단 기수를 맡는 등 개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일본 매체들은 후지나미의 패배 소식을 긴급하게 전하며 '충격적인 패배', '대이변', '잔혹한 결과' 등의 표현을 쏟아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30년 전 일본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장면을 떠올리는 반응까지 나왔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여자 48㎏급 결승에서 당시 세계 최강으로 꼽혔던 일본의 다무라 료코가 국제무대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의 계순희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던 경기다.
이번에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55연승을 달리던 후지나미가 북한의 손일심에게 무너지면서 당시의 충격적인 패배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후지나미는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선수가 강했고 제가 약했을 뿐"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반드시 더 강해지겠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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