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양궁, 2002년 이후 최악의 성적…나고야서 드러난 독주의 균열[AG]

인도, 컴파운드 넘어 리커브까지 경쟁력 확대
이우석 "다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영양제 될 것"

대한민국 오예진이 3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인도 쿰쿰 아닐 모호드에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6.10.3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양궁이 리커브와 컴파운드를 합쳐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데 그쳤다. 금메달 수로는 2002 부산 대회 이후 가장 적은 성적이다. 오랫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던 한국 양궁의 독주 체제에도 균열이 나타났다.

한국은 3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리커브 남자 개인전에서 이우석이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끝으로 이번 대회 양궁 일정을 모두 마쳤다.

앞서 컴파운드에서는 김종호가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고,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는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양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에 그친 것은 2002 부산 대회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리커브에 걸린 금메달 5개 가운데 4개를 휩쓸었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리커브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는 등 최근 국제 종합대회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여자 종목을 중심으로 예상 밖의 결과가 이어졌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여자 리커브였다.

강채영(현대모비스), 오예진(광주은행), 이윤지가 나선 여자 단체전은 결승에서 인도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1998 방콕 대회부터 2022 항저우 대회까지 이어온 여자 단체전 7연패를 마감하며 8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여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놓쳤다. 오예진이 결승까지 올랐지만 17세 쿰쿰 아닐 모호드(인도)에게 슛오프 끝에 패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도의 성장세는 이번 대회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 컴파운드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가져갔던 인도는 이번에는 리커브에서도 한국을 위협했다. 특히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석권하며 컴파운드에 집중됐던 강세를 리커브까지 넓혔다.

대한민국 강채영, 이윤지, 오예진이 2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고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 ⓒ 뉴스1 김민지 기자

중국과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도 꾸준히 올라오면서 한국과 경쟁국 사이의 격차가 이전보다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부처에서 아쉬운 장면도 반복됐다.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과 오예진이 출전한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은 모두 슛오프까지 이어졌지만 한국은 마지막 한 발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팽팽했던 승부에서 한 발의 차이가 메달 색깔을 갈랐다.

한국 선수들도 달라진 국제 양궁의 흐름을 인정했다.

김우진은 "인도를 포함해 외국 선수들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며 "해외에 많은 한국 지도자들이 계시고 한국의 양궁 노하우가 전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만큼 선수들은 이전만큼 결과를 내기가 힘들 수 있다"면서도 "그럴수록 선수들도 더 노력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더 전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은 확인했다.

컴파운드에서는 김종호가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 인도에 컴파운드 금메달 5개를 모두 내줬던 한국으로서는 이번 대회 개인전 정상에 오르며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이우석이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나카니시 준야(일본)를 세트 스코어 6-2로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양궁이 나고야에서 받아 든 금메달 3개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경쟁국과의 격차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번 결과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이우석은 대회를 마친 뒤 "여태까지 모든 대회에서 힘겹게 금메달을 따왔다"며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인정하면서도 선수들이 겪은 아픔이 "다음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영양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고야에서 확인한 경쟁국의 거센 추격. 한국 양궁에는 이제 '세계 최강'이라는 익숙한 수식어를 다시 증명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