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고용해 내 뒷조사한 시모…'결격 사유 없음' 나왔지만 파혼 고민"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 신부가 예비 시부모로부터 고용된 사설탐정 업체에 뒷조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파혼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비 시댁이 저를 뒷조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파혼이 답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예비 신부라고 소개한 A 씨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이른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예비 신랑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의 자제였다. 집안 형편 차이는 조금 있었지만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고, 예비 시부모 역시 자신을 예뻐해 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며칠 전 우연히 예비 신랑의 태블릿PC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PDF 파일을 발견하면서 A 씨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A 씨의 이름 세 글자가 적힌 파일에는 사설탐정 업체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뒷조사 보고서'가 담겨 있었다.
보고서에는 A 씨의 대학 시절 전공과 학점은 물론 과거 교제했던 전 남자 친구들의 직업과 교제 기간, 부모의 대출 현황 심지어 5년 전 우울증으로 상담받았던 병원 기록까지 샅샅이 적혀 있었다.
A 씨는 "남자 친구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개인적인 과거가 타인의 시선으로 분석돼 있었고, '결격 사유 없음'이라는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는 A 씨는 남자 친구를 추궁했지만, 예비 신랑은 "우리 집안 어른들이 워낙 보수적이고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확인한 것"이라며 "내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마음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삶 자체를 도촬당한 기분까지 들었던 A 씨는 "예비 시부모님의 미소가 가식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보고서를 함께 공유했을 남친의 침묵에 소름이 돋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남자 친구는 "결과도 깨끗하게 나왔으니 이제 당당하게 결혼하면 되는 것 아니냐, 사랑하니까 검증도 한 것"이라며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인 만큼 이 정도 확인은 비즈니스 매너"라고 끝까지 사과 없이 항변만 했다.
결혼할 마음마저 사라진 A 씨는 "더 이상 미래를 그려나갈 자신이 없다"면서도 "주변에서는 '부잣집 시댁이면 그럴 수도 있다', '문제없다고 나왔으니 참고 살아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사랑이라 이름으로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의 검증인 거냐?"고 심정을 털어놨다.
A 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시작이 그러하면 과정은 뻔히 보이는 것 아닌가?", "도장을 찍었다니 무슨 가축이냐?", "그 부모에 그 자식이다 소름 돋는다. 더 고민할 것도 없다"며 대부분 이별할 것을 권유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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