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평등공시제 두고 여성계·경영계 입장차…"공시기업 확대" vs "세제혜택"

성평등부, 2027년 시행 목표…"중소기업도 공시해야"
"기업 과도한 행정비용 부담…안착하도록 지원 필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홍배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성평등부 제공)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성평등가족부가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고용평등공시제와 관련 여성계와 경영계가 공시 대상, 이행 방식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여성계는 규모가 큰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공시하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도입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최한 '고용평등공시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제도의 적용 범위와 이행 방식을 둘러싼 여성계와 경영계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고용평등공시제는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이 직종별·직급별·고용형태별 남녀 근로자 현황과 임금 수준, 성별 임금 격차 개선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성평등부는 2027년 시행을 목표로 제도 설계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안 등 고용평등공시제 도입 근거를 담은 법률개정안 13건이 계류 중이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공개 의무 대상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할 전망이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300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 중 8.9%에 그친다"며 "적용 사업장 규모가 500인 이상 또는 300인 이상으로 제한된다면 제도가 성별임금격차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성평등공시제는 현행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보다 최소한 대상 기업과 기관을 더 넓게 규정해야 한다"며 "중소규모 사업장의 공시 간격을 3년마다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미애 성평등정책연구소 이음 소장도 "대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시제뿐 아니라 중소규모 대상 기업의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안, 돌봄일자리 등 저임금 여성집중직종의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포함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일률적인 공시 의무를 부과하면 기업에 과도한 행정적 비용과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금 데이터를 산출·관리할 인프라나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일수록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한 단계적·점진적 적용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미흡 기업에 대한 명단공표·과태료 등 제재보다는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정책자금 우대 등의 인센티브와 함께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여성계와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민아 성평등부 고용평등총괄과장은 "공시제는 공개가 아니라 개선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며 "격차를 드러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또 "공시제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이므로 기업의 행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효과를 높일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임금 투명성 제도 운영 사례도 함께 논의했다. 김혜진 세종대학교 교수는 영국의 경우 임금 투명성 강화 이후 성별 임금 격차가 19% 감소했다는 사례를 통해 임금 정보 공개가 성별 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고용평등공시제는 성별과 관계없이 역량을 펼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평등과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노사가 함께 일터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제도 도입과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