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10년…경찰 915명 '미투 보호관' 지정(종합)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피해자 법률지원 강화…온라인 '악플' 엄정대응
- 박정양 기자,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윤다정 기자 = 고용이나 사제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 상향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받아 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등에 대해서도 무료법률지원을 강화하는 등, 신고자에 대한 신변 보호도 강화된다.
여성가족부는 8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12개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권력형 성범죄' 처벌수위·공소시효 ↑…관련 단체 불이익도
먼저 업무나 고용관계, 사제관계 등의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벌금 5000만원 이하로, 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벌금 3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같이 법정형을 상향하는 경우 공소시효 역시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추행죄의 경우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각각 연장된다.
또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모든 분야에서 성폭력 가해는 물론 사건 은폐, 조직적 방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과 관련된 단체에는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박균태 법무부 검찰국장은 "권력형 갑을관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 형량이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어 형량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간죄 성립요건을 피해자 '저항'에서 '동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관계라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규정이 미국의 일부주나 독일 등에 있지만 해외 입법사례가 많지 않다"며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의견이나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숨게 한 가해자 '역고소' 대응 법률지원 강화
고발에 나선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그간 성폭력 고발을 어렵게 해 온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박 검찰국장은 "미투운동에 참여한 피해자가 폭로하는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측면이 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법 해석을 할 예정"이라며 "다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폐지되면 오히려 약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투 고발자의 전략을 뒤져 가해 행위를 하면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 2차 피해를 받았음이 확인되면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관련 법을 개정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처벌한다는 규정도 만들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의 접촉은 여성 경찰관이 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가명 조서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사이버수사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한다.
또 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 915명을 '미투 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상담, 의료, 심리치료, 법률지원 등 사후지원을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가해자 공적지원서 배제
문화예술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문체부, 민간 전문가 등 10인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가 100일간 운영된다.
특별조사단은 △사건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구제 및 문제점 파악 △가해자 수사 의뢰 △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의 업무를 맡는다. 특별 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에게 상담, 신고,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접수된 피해 사례는 경찰 또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고소·고발하고, 관련 기관에는 2차 피해 방지와 가해자 징계 조치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문화예술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해바라기센터에 배치하고, 피해자 지원기관 상담인력과 해바라기센터 상주 경찰 등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된다. 먼저 올 상반기 중 문체부 국고보조금 지침을 개정해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보조금 등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도록 할 계획이다.
국립문화예술기관·단체의 임직원 채용과 징계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보조금 제한이 열악한 문화예술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나종민 문체부 1차관은 "현장에서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가해자가 단체장이라고 해서 해당 단체에서 제안한 작품을 기계적으로 배제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단체장이 가해자인 경우 배제하는 게 원칙이나 정부지원대상 사업에 대한 장의 관여도 등을 심사과정에서 심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관 단체에서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방임하거나 돕는 경우, 사건을 은폐한 사례, 2차 피해 발생 등이 파악되면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한다.
인권위와 함께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음악·만화·이야기산업·패션산업 등 대중문화산업, 체육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피해사례가 나타나면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신고 및 피해자 지원 절차를 진행한다.
아울러 문체부는 현장 예술인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예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침해행위 구제 등을 위한 가칭 '예술가의 권익보장에 관한 법률'이나 개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 차관은 "특히 영화계와 관련해서는 여성영화인연합회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해왔고 다음주쯤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 받아도 행정지도 실시
직장 내 성폭력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8일부터 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해 운영한다. 피해자의 신분이 드러나는 일 없이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도록 익명의 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에 들어간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피해자는 익명으로 신고하더라도 가해자나 소속 회사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피해자가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다른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장조사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 47명을 배치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집중 감독에 들어간다. 외국인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한다. 사업주의 성희롱과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 미조치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이 아닌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법인 대표이사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인 경우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기준은 고용부가 승인한 양성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한다. 영세사업장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무료교육 지원은 지난해 210곳에서 올해 2100곳으로 확대하고, 집합교육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표준 교육 동영상도 보급한다.
◇전공의 대상 성폭력 은폐·2차피해시 의료기관 제재
간호협회 인권센터와 의사협회 신고센터에서도 의사 선후배간, 의사와 간호사간 성희롱·성폭력 신고 접수를 받는다.올해 중으로는 전공의법을 개정해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의료인 간 성폭력에 대해서도 금지 및 처분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다.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등을 통해 전공의 대상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 의료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의료질 평가지원금을 감액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
아울러 의료기관의 도제식 수련방식과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로 인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관 각종 평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 및 대응 등을 지표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장 오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마침내 터져나온 사건"이라며 "이제는 미투운동을 넘어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정부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일련의 대책을 종합화하고 체계화했다"며 "끊임없이 이행·점검하고 보안해 국민신뢰 속에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jy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