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 동안 봉쇄 잠실 개표소…아시안게임 목전 짐 챙긴 체육단체

6월 두 차례 진입 시도 모두 막혀…국조특위는 현장조사
투표지 사태 석 달만 경기장 진입…80분 만에 다시 닫혀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 진입해 장비 및 물품을 반출 하고 있다. 2026.9.8 ⓒ 뉴스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96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개표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봉쇄 95일 만에 진입했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9시 22분쯤 경기장에 진입해 물품 반출 준비를 시작해 약 1시간 20분 만인 오전 10시 42분쯤 반출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는 지난 6월 체육단체들의 진입 시도가 잇따라 무산된 이후 약 석 달 만에 이뤄진 진입이다. 이번 진입으로 경기장 안에 발이 묶였던 각종 업무용 물품들이 반출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잠실 개표소 앞 시위

이곳 개표소 앞 시위는 지난 6월 5일부터 이날까지 석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 반출을 막기 위해 모여 있던 시위자들이 투표함 반출 뒤 이곳으로 이동했다. 시위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잇따라 모여들었다.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개표소로 사용된 핸드볼경기장 주변을 봉쇄하면서 출입이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시위 초반 수만 명이 몰리며 높은 결집력을 보였던 것과 달리 현재 개표소 앞 시위는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종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등 그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체육단체 진입 시도 잇따라 무산…국조특위 한 차례 현장 조사

대한체육회 측의 핸드볼경기장 진입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봉쇄 나흘째인 지난 6월 9일에는 협회 직원들이 산발적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각 협회가 모여 추후 재진입을 시도하기로 하고 당시 물러났다.

체육단체들은 지난 6월 16일 국민의힘 중재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일명 '올다르크'로 불리는 30대 여성이 개표소 출입문 손잡이를 붙잡은 채 문 앞을 지키면서 결국 불발됐다.

이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지난 7월 2일, 한 달 가까이 막혀 있던 핸드볼경기장 내부 진입에 성공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종목단체 관계자들의 내부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활동 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개표소 공개 재검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재검표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특위 활동 기한이 종료됐다.

대신 전날(7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이 출범했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로부터 수사 기록과 증거를 넘겨받은 특검은 최장 150일간 선관위 비위 의혹 12건을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 진입해 장비 및 행정 자료 PC 반출을 하고 있다. 2026.9.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진입 좌절 84일 만에 이뤄진 재진입…체육단체, 물품 반출

지난 6월 체육단체들의 핸드볼경기장 진입이 좌절된 지 84일 만인 이날 대한체육회는 경기장 내 입주 회원종목단체 사무실에 진입해 업무용 물품을 반출하는 데 성공했다.

선관위 특별검사팀 관계자 4명(특별수사관 2명, 파견 경찰 2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6명은 오전 9시 12분쯤 먼저 경기장에 들어가 투표용지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안전 조치했다. 경기장 관리 주체인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도 현장에 입회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안전 조치가 끝난 오전 9시 22분쯤 경기장에 진입해 물품 반출을 준비했다.

물품 반출은 오전 10시 5분쯤 시작됐다. 체육회 관계자들은 각종 서류와 키보드, 모니터, 컴퓨터 본체, 프린터, 현수막 등이 담긴 상자를 운반용 카트에 싣거나 손에 들고 경기장 밖으로 옮겼다. 여행용 가방과 액자, 명패, 점수 전광판 등도 반출됐다.

반출 과정에서 시위대는 "선관위는 빠져라" "가지고 나온 물품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핸드볼경기장과 주변에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 등 경력 1800여 명을 배치했다.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이 총괄 지휘하고 기동본부장과 송파경찰서장이 현장 지휘를 맡았다. 시위대의 반발은 이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 진입해 체육회 산하단체 장비 및 물품을 반출 후 발언을 하고 있다. 2026.9.8 ⓒ 뉴스1 박세연 기자
3개월 넘게 막힌 사무실…대한체육회 "조속한 정상화 희망"

앞서 대한체육회는 언론 공지를 통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입주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9개 종목은 경기장 출입 제한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3개월 이상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앞서 △공인 국가 자격시험 △국제대회 출전 준비 △각종 대회·사업 △세금 납부 △선수·지도자 수당 지급 등 업무 마비에 따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임박한 데다 지난 7일부터 2027학년도 대학 체육학과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최소한의 업무 정상화를 위해 사무실에 보관 중인 필수 업무 물품을 반출하기로 했다. 지난 4일에는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 진입을 위한 협조 공문도 발송했다.

반출을 마친 뒤 김대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핸드볼경기장에는 12개가 넘는 체육단체가 입주해 있는데 90여일 동안 행정 장비와 서류, 선수 지원 장비가 묶여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국민들이 성원을 보내고 있는 아시안게임이 목전에 있어 부득이하게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함세희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최소한의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 본체와 노트북, 서류 등을 반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조속히 상황이 정상화돼 일터로 돌아가 업무를 수행하고 공원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