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급여·등록금 '5000만 원 이상 뇌물'…김병기 구속 가를 5개 혐의

차남 취업·편입 관련 혐의 뇌물 판단…특가법 적용
"객관적 증거로 혐의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 고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전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공천헌금 수수 등 13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3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3.11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경찰이 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 가운데 차남의 중소기업 취업 및 숭실대 편입 특혜 등 5개 혐의를 구속영장에 담아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김 의원에게 제기된 10여 개 의혹 중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일부 사건을 중심으로 영장을 구성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7일 김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혐의가 객관적 증거로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에 △차남의 중소기업 취업 및 숭실대 편입 특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의 공천헌금 1억 원 수수 묵인 △신라레저 후원금 수수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등 5가지 의혹에 대한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차남 2년 9개월 급여·등록금 '뇌물'로 판단…특가법 적용

경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사실 가운데 가장 중하다고 판단한 혐의는 차남의 중소기업 취업 및 숭실대 편입 특혜와 관련한 특가법상 뇌물죄다.

김 의원은 차남을 지능형교통체계(ITS) 업체인 한 중소기업에 취업시켜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에 필요한 재직 요건을 갖추게 하고 업체로부터 급여와 등록금 등을 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 차남은 2022년 5월 해당 업체에 입사해 10개월의 재직 요건을 채운 뒤 2023년 숭실대 계약학과인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했다.

경찰은 차남이 업체에 재직한 2년 9개월 전체의 급여와 업체가 부담한 등록금을 뇌물로 산정했다. 이를 합친 금액은 5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차남에게 제공된 취업 기회 자체도 무형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찰은 차남의 중소기업 재직 경력을 입학 전형에 활용해 숭실대의 편입학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차남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은 김 의원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활동과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차남이 취업한 업체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하는 ITS 사업에 참여했다.

뇌물수수액이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이면 특가법에 따라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김 의원에게 적용된 법정형은 1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의 배임수재죄보다 무겁다. 배임수재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강선우 공천헌금 알고도 묵인…'부작위 업무방해'

김 의원이 강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민주당의 공천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적시됐다.

경찰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에게 금품수수 사실을 알리고 부적격자를 걸러낼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강 의원은 김경 서울시의원에게 1억 원을 받은 사실과 김 시의원을 공천하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해당 대화를 녹음하고도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해 민주당의 공천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과 강선우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왼쪽 아래는 이들을 바라보는 정청래 대표. (뉴스1 DB)2025.12.31 ⓒ 뉴스1 이승배 기자
신라레저 후원금·대한항공 숙박권도 뇌물 판단

신라레저 관계자가 김 의원 측에 낸 후원금 500만 원과 대한항공이 제공한 숙박 초대권에도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의원은 2022년 10월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스카이72 골프장의 불법 점유 문제를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신라레저는 당시 해당 골프장의 후속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후 신라레저 관계자가 낸 후원금 500만 원을 김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등과 대가관계가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숙박 초대권으로 이용한 160만 원 상당의 호텔 객실과 서비스도 김 의원의 국회의원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뇌물로 봤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 2026.1.22 ⓒ 뉴스1 안은나 기자
배우자 법인카드 사적 사용…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

김 의원 배우자가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건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김 의원 배우자는 2022년 7월부터 9월까지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로 식사비 등 약 159만 원을 사적으로 결제한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동작구의회 예산으로 결제되는 업무추진비 카드를 김 의원 측에 건넨 조 전 부의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카드를 넘겨받아 사용한 김 의원도 배우자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영장에 적시한 이 같은 5개 혐의 외에도 △차남의 빗썸·두나무 취업 청탁 △전직 동작구의원들의 공천헌금 3000만 원 제공 △배우자 사건 경찰 수사 무마 △쿠팡 전직 보좌관 인사 개입 △배우자·장남의 보라매병원 진료 특혜 등 의혹을 수사해 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5개 혐의를 우선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경찰이 제출한 영장 신청서와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