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장미란 사건 '부실 경찰 여론'에 사기 바닥…"경찰이라 말 못해"
실종법 부재 등 법 사각지대…"시스템 개선 논의해야 할 때"
"국민 생명 정쟁 대상 돼선 안 돼…경찰 비난할 게 아냐" 목소리도
- 이세현 기자, 소봄이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소봄이 권준언 기자 = 광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에 이어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까지 경찰이 국민 공분의 중심이 되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어디 가서 경찰이라 말하지 못하겠다"라며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실종법의 부재 등 법의 사각지대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임에도 지휘부의 사죄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시스템 개선을 논의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경찰관의 잘못에 대해선 변명할 여지가 없지만 경찰이 정쟁 대상으로 부각하는 데 따른 불편함도 감지된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실종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께 우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유족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또한 지난 23일 제주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에게 당연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 모 경장이 처리한 사건 전반과 지휘·관리·감독 체계를 살펴보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부 경장이 약 1년 4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도 전수조사 중이다.
지휘부의 사죄와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경찰에 대한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일선 경찰들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A 경감은 "부 경장이 실종 사건을 종결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으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어디 가서 '경찰'이라고 얘기도 못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B 경감 또한 "장윤기 사건이나 장미란 사건 모두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있지만 검찰청 폐지를 불과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경찰의 잘못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경찰은 늘 '맞는 조직'이라지만 특히 뼈아프다"고 했다.
일각에선 수장인 경찰청장 자리가 2년여간 공석인 가운데 현재 지휘부의 무조건적인 사과만이 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B 경감은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누군가는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지휘부 승진 예정자도 전수조사 그늘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C 경정은 "지휘부가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하니까 사기가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이 로봇도 아니고 지방의 경우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관리가 안 되는 시스템 개선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실종 업무를 보는 현장의 어려움과 관련 법 조항의 미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종수사 팀장을 지낸 D 경정은 "현재 매뉴얼대로 실종 사건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소재 발견 시'까지 근무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강력 사건 피의자를 잡는 것만큼 힘들다"고 했다.
이어 "실종 수사에서 대상자를 찾고 집까지 안내한다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며 "원칙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실종 사건 수사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대로 된 실종법이 없다"며 "경찰이 올바르게 수사할 수 있도록 실종법을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물어야 하는 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법 제도화 없이 경찰의 사명감만 바라면 안 된다"며 "국가가 경찰을 비난하게 만들고 있다. 경찰을 마냥 비난할 게 아니다"고 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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