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육박' 가마솥 더위에 일부 승강장 찜통…"지옥철이라도 타고파"

서울 지하철 비냉방 역사 51곳…선풍기·메트로셸터 운영에도 역부족
"승강장에 오기가 무서울 정도" "역사 환경 고려해 집 구해야 할 판"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승강장에 메트로셸터(고객대기실)가 설치돼 있다. 비냉방 역사인 노원역 승강장은 반투명 채광 지붕을 통해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2026.8.6 ⓒ 뉴스1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출근하는 게 고역이에요. 지하철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빨리 지옥철이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에요."

6일 오전 8시 서울 노원구 지하철 4호선 노원역에서 만난 정 모 씨(67)는 연신 부채질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아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정 씨는 "이 역은 지상이다 보니 유독 덥다"며 "냉방 대책을 더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고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도로 예보되는 등 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서울 지하철 일부 지상역 승강장은 출근 시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 관할 1~8호선 중 냉방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는 총 51곳(지상역 25곳·지하역 26곳)이다.

공사는 비냉방 역사에 이동식 냉방기와 선풍기, 냉방형 고객 대기실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일부 역에서는 고장이나 전력 문제로 가동이 중단돼 시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노원역 4호선 승강장에는 창문이 열려 있었지만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대형 선풍기도 뜨거운 공기만 밀어내 온풍기처럼 느껴졌지만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히려는 듯 선풍기 앞으로 모여들었다.

열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면 객실의 찬 공기가 잠시 승강장으로 흘러나왔지만 열차가 떠나자 승강장 안은 다시 후끈거렸다.

승강장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메트로셸터(고객대기실)가 마련돼 있었다. 다만 공간 대비 이용객이 많고 시민들이 오갈 때마다 문이 열려 냉기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 탓 셸터 안에서도 부채와 손 선풍기를 놓지 못했다.

경기 남양주 별내동에 거주하는 김 모 씨(46)는 "지상에 있는 역이라 다른 역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며 "이전에는 이동식 냉방기가 있었는데 자주 고장 나서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냉방 쉼터가 있기는 하지만 한 곳뿐이라서 승강장 중간중간에 더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승강장에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 비냉방 역사인 노원역에서는 선풍기와 메트로셸터 등 냉방보조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2026.8.6 ⓒ 뉴스1 소봄이 기자

노원역 인근에서 9년째 살고 있다는 김 모 씨(71)는 메트로셸터 안에서 부채질하며 "옆 동네인 7호선 중계역만 가도 이렇게 덥지 않다"며 "4호선 노원역은 지상인 데다 지붕 아래로 햇볕이 그대로 들어와 열기가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노원·상계·당고개역은 찜통이나 다름없다. 너무 더워서 되도록 4호선이 아니라 7호선을 이용한다"며 "아침에도 이렇게 더운데 낮에는 헉헉거릴 정도라 이 역에 오기가 무서울 때도 있다. 계단만 올라와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해 역사 내 상가로 들어가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1호선 석계역 승강장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62)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들어와 물이나 사탕 같은 간단한 물건을 사간다"며 "내 눈치를 보지 말고 열차가 올 때까지 쉬었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경의중앙선 중랑역을 이용해 강남 쪽으로 출근하는 이 모 씨(41)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뚜벅이"라며 "다음 전셋집을 구할 땐 집값과 직주근접뿐 아니라 지하철 역사 환경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간 도봉구 창동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4호선 쌍문역 방향 승강장은 천장 일부가 반투명 채광판으로 돼 있어 햇빛이 그대로 들어왔고, 이동식 냉방기에는 '전력 과부하로 인한 콘센트 화재 위험으로 당분간 운영을 중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와 관련 김경화 창동역 4호선 역장은 "역사가 오래돼 전력 용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당초 이동식 냉방기 5대를 설치하려 했지만 전력 부하 문제로 2대만 운영했고, 최근 전선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점검 결과가 나와 그저께부터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원역에서 대형 선풍기 2대를 가져와 설치할 예정"이라며 "4호선은 승강장 폭이 좁아 메트로셸터 설치도 어려운데, 확장공사가 끝나면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역장은 "폭염 기간에는 최소 한 시간마다 승강장을 순찰하며 이상이 있는 승객은 119에 신고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