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꿈꾸던 딸 이사 닷새 만에 참변…은마아파트 주민들 "안타까워"
화재로 10대 1명 사망…"스프링쿨러보단 재건축만 관심"
경찰 "현장감식 마쳐…전기 요인 가능성 포함 조사"
-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10대 여성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발생 하루 뒤인 25일. 전날(24일) 발생한 화재의 흔적은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불이 난 세대의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었고 외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해당 세대 측 1층 화단 주변에는 통제선이 설치됐으며 인근 세대는 청소 업체를 불러 화재의 여파를 수습하고 있었다.
해당 동에 거주하는 김 모 양(18·여)은 "(전날) 오전 6시 30분쯤이었나, 자고 있는데 어머니가 급하게 깨우셨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불이 났다'고 소리치고 있었다"면서 "평소 경보 오작동이나 장난으로 누르는 경우도 있어 처음엔 오작동인 줄 알았지만 나가보니 실제 불이 나고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밖으로 나가서 대피하고 있는데 누군가 막 우는 소리도 들렸고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나중에 학생 한 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 (해당 세대가) 이사 온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불이 나서 안타깝다고 그러셨다"고 했다.
아파트 관계자, 유가족 등에 따르면 이 가족은 지난 19일 입주했고, 의사가 꿈이던 A 양(17)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한 지 닷새 만에 참변을 겪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완공된 대단지 구축 아파트다. 14층 4424세대 규모로 인구밀도가 높지만, 지하 주차장이 없어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어왔다. 특히 동 앞에 이중 주차된 차들로 화재 당시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은 출근 시간대 이후여서 이중주차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관계자와 주민들은 평소엔 이중주차가 많지만 현재는 주민들이 출근해 차량이 빠진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마찬가지로 화재 발생 동에 거주하는 한 70대 여성은 오전 6시쯤 남성의 고함을 들었다며 "처음엔 화재인 줄 몰랐다. 그러고 나서 한참 있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중주차 등으로 소방차·구급차 진입과 화재 대응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안타깝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논의가 입주민 회의 등에서 다뤄졌느냐'는 질문엔 "전혀 (없었다). 재건축 이권에만 관심이 쏠려있었다"고 씁쓸해했다.
맞은편 동에 거주하는 78세 여성 김 모 씨는 "불이 나는 건 보지 못했지만 어린 학생이 숨졌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면 새 학기가 시작되지 않나. 봄방학을 맞아 이사 온 것 같은데 그런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날 오전 6시 18분쯤 은마아파트 8층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A 양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베란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어머니는 안면부 화상을 입고, 둘째 딸은 화재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위층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1명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났을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현장 감식을 마쳤으며 추가 현장 감식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도 조사하고 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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