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쏘공' 조세희 작가 도용한 '학대 의혹' 경계선지능인 단체

[경계선의 집]⑤조세희 작가 사진 밑에 단체 후원계좌가 '떡하니'
'추모회 공동대표' 주장도…유족 "단체 설립한 적도, 추모회도 없어"

편집자주 ...[경계선의 집] 경계선지능인과 지적장애인, 그리고 이들의 '아빠'를 자처하던 사람이 함께 살던 대안가정. 아빠는 경계선지능 장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들이 아빠로부터 탈출했다. 아들들은 폭행과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했다. 그 집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뉴스1>은 피해를 입었다는 '아들들'과, 억울하다는 '아빠'를 만났다.

한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의 사진과 함께 후원계좌, 단체명 등을 기재한 사진 (SNS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권진영 권준언 기자 = 한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의 전 대표가 경계선지능인을 홍두깨로 폭행하고 착취했단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단체가 고(故) 조세희 작가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단체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가 단체의 설립자라며 홍보해 왔다.

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엔 조 작가가 해당 단체를 1988년에 세웠단 내용의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조 작가의 얼굴 사진과 함께 단체의 이름, 후원 계좌 번호가 적힌 배너를 건 사진도 지난해 10월 SNS에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선생님이 세우신"이라며 단체를 홍보하는 문구가 적혔다.

최근 폭행 의혹이 불거진 A 씨는 단체의 대표였던 지난해 8월 유튜브 채널에서 "저희 설립자분들은 일곱 분이었는데 대부분 분들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기보단 침묵 가운데 자신이 한 일들이 지켜지기를 바랐다"며 "자신의 이름을 남겨주신 분은, 공동설립자이시자 초대 후원회장이셨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작가의 유족 측은 조 작가가 해당 단체를 설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작가의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뉴스1에 "아버지께서 해당 단체를 설립한 적 없고, 아버지께서 단체를 설립하셨다면 제가 모를 수도 없는 일"이라며 "특히 단체가 설립됐다고 주장하는 1988년은 아버지가 집필을 시작하셔서 칩거 중이었기 때문에, 단체를 설립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 전 대표 A 씨가 단체 유튜브 채널에서 조세희 작가에 대해 "공동설립자이시자 초대 후원회장이셨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유족 측은 해당 단체 측에 조 작가 관련 게시물 및 자료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 게시물들이 삭제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한단 방침이다.

이에 해당 단체는 전날(23일) 온라인 카페에 "조세희 선생님의 유족의 요청으로 조 선생님에 대한 언급을 수정하도록 전달한다"는 짤막한 게시물을 올렸다.

다만 아직 설립자 관련 정보 정정은 없었다. 조 작가의 사진과 함께 후원금 계좌를 적은 배너 등 일부 게시물은 여전히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 남아있는 상태다.

A 씨는 뉴스1에 조 작가를 언급한 게시물들에 대해 "그 글들을 제가 적었다고 볼 순 없지 않냐"며 "저도 단체의 다섯번째 대표라서, 아는 바 내용대로만 소개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A 씨가 조 작가를 설립자라고 직접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지난해 8월)과 배너 사진 인스타그램 게시물(지난해 10월)은 A 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던 시기에 올라온 것으로, 책임이 있단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A 씨는 단체의 온라인 카페의 2022년 게시물에서 '조세희 선생님 추모회 공동대표'로 표기돼 있지만, 추모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유족인 조중협 대표는 "추모회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단체의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인 A 씨가 관리해 온 대안가정에서 경계선지능인과 지적 장애인, 봉사자 등에 신체 마사지를 상습적으로 요구하고, 폭행을 일삼았단 고소·고발이 경찰에 접수됐다. 해당 사건은 경기 광주경찰서에 이첩된 상태다.([단독]"경계선지능인 홍두깨 폭행·마사지 요구"…지원단체 임원 학대 의혹)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