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20년간 돌봤지만 끝내 사망…재판 넘겨진 아버지[사건의 재구성]
증상 호전 안 되자 약 끊고 병원진료 중단…몸 곳곳 손상 축적
법원 "사망 예견 가능했지만 아들 숨진 후 자책감·괴로움 시달려"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정 모 씨(당시 56세)가 20여년간 돌봐온 중증 자폐증 아들(당시 22세)은 지난 2024년 2월 평소보다 심한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끝내 사망했다. 사망 전 아들은 위생관리, 식사, 운동, 환복 등을 혼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상 아들을 홀로 돌봐온 아버지 정 씨는 자폐증세 약물을 복용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2020년 중순부터 아들의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2022년 5월 피부 농양 치료를 마지막으로 아들에 대한 병원 진료도 그만뒀다.
아들은 양치질 등 위생 관리를 거부하면서 이상증세가 심해졌다. 정 씨는 발버둥 치는 아들에게 강제로 양치질을 시키거나 아들을 붙잡고 화장실에 끌고 가다 집안 구조물이나 가구에 부딪히게 하는 행위 등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아들은 2024년 1월~2월 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을 비롯한 다수의 신체 손상을 입었다. 몸 곳곳의 화농성 염증도 나빠졌다.
아들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열흘간 억지로 먹여도 여섯 끼 식사만 겨우 하는 수준으로 쇠약해졌다. 사망 당일 점심부터는 음식을 입에 넣어줘도 씹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기만 했다.
아들은 2024년 2월 6일 저녁 다발성 손상 후 발생한 패혈증 및 폐혈전 등으로 사망했다. 정 씨는 유기치사,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정 씨는 사망 전 아들의 이상 증세를 확인하긴 했으나 평소에도 종종 식사를 거부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 경우가 있어 사망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부검 결과 확인된 아들 신체 내부에 축적된 손상도 외견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또 아들이 사망한 것을 유기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아들이 식사를 마치고 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씨가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단 점에서 죄가 인정된다며 지난해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음식을 씹지 못하고 누운 자리에서 대소변을 보는 피해자에 대한 병원 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했다"며 "피해자를 유기했고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 및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들인 피해자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의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약 20년간 실질적으로 홀로 보살펴온 아들을 잃고 자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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