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한테 잘 보여야 네가 덜 시달리지"…15년째 굽신굽신 친정엄마 '씁쓸'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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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사위한테라도 내가 잘 보여야 네가 시어머니한테 덜 시달리지

남편과 친정을 찾을 때마다 사위의 눈치만 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슬프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번 사위 눈치를 보는 엄마 때문에 너무 서럽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결혼 15년 차 두 아이를 키우며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A 씨는 최근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

A 씨 부부가 도착하자 어머니는 사위가 온다며 새벽부터 준비한 음식을 한가득 차려놨다. 허리가 좋지 않은 어머니가 무리한 것이 걱정된 A 씨는 "뭐 이렇게까지 했냐"고 투덜거렸지만 어머니는 "사위 오는데 대충 내놓을 수 있냐. 명절도 아닌데 얼굴 보여주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A 씨는 "친정 오는 게 무슨 벼슬도 아니고 제 남편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시나 싶었다"면서 "밥 먹는 내내 엄마는 남편 눈치만 봤다"고 했다.

그는 "남편의 국그릇이 절반만 비어도 곧바로 일어나 국을 더 떠줬고, 남편이 리모컨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뉴스를 틀어주라는 눈짓을 보냈다"며 "반찬이 입에 맞는지, 음식이 짜지는 않은지 계속 물으시면서 정작 내겐 밥 먹는 두 시간 동안 한마디를 안 붙이셨다"고 토로했다.

A 씨에 따르면 친정엄마는 남편이 식사를 마친 뒤 담배를 피우러 마당으로 나가서야 "너 요즘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 "잠은 자냐", "시어머니가 또 뭐라고 하시냐"라고 안부를 물었다.

A 씨는 "남편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시다가 그제야 물어보셨다"며 "예전에는 친정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가 제일 먼저 내 손을 잡고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보단 사위가 먼저고 내 안부는 사위가 없을 때 몰래 물어보는 것이 됐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설거지하던 중 어머니에게 "왜 그렇게 사위의 눈치를 보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정엄마는 "네가 시댁에서 안 그래도 힘든데 사위한테라도 내가 잘 보여놔야 덜 시달리지"라고 답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A 씨는 "딸 편하게 해주려고 친정엄마가 사위한테 굽신거리는 걸 딸이 눈앞에서 봐야 하는 게 맞냐"면서 "내가 몸살이 나 친정에서 하루 쉬었을 때도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할 때도 명절 때도 엄마는 오직 시댁 눈치만 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친정은 내가 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사위한테 흠 잡히면 안 되는 곳이 돼버렸다"며 "친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불편하고 미안한 곳이 됐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현관에서 날 배웅하던 엄마의 허리 굽은 뒷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남편과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사연이 전해지자 A 씨 스스로가 결혼생활을 돌아봐야 한다는 반응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왜 자기 엄마를 남편 앞에서 그렇게 눈치 보게 만들었는지 어떤 일들을 친정에 전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의 태도와 행실이 친정엄마의 마음과 행동을 달라지게 한 것 아닐지 고민해 봐라", "어머니가 남편 눈치를 보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시댁에서 친정 빚 갚아준 것도 아닌데", "시어머니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등 다양한 생각들을 전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