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75% "근로자 추정제 필요"…'노동청·노동위부터 도입' 주장도

'업무 내용이 회사 사업에 필수적' 82.4% 달해
"민사소송만 적용시, 입증책임 전환 효과 반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IT 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용역계약을 체결했지만 정해진 장소·시간대에 출퇴근했고 고객사 업무 지시, 검수를 받으며 조직 내 일반 근로자인 성원과 동일한 업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고객사에서 갑자기 계약종료를 통보해 왔습니다. 계약서상 해지 예정일 15일 전 서면 통지 조항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미용실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3.3%를 떼고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은 출퇴근 시간, 휴무 다 정해져 있고 쉬려면 월차, 반차를 써야 합니다. 지각 개념도 있습니다. 청소 업무의 경우 구역도 정해져 있고 제대로 했는지 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10명 중 7명은 '근로자 추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 80%는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노동청·노동위원회 단계부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민사소송 단계에 한정된 근로자 추정 제도'로는 권리구제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23일~4월 8일 전국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근로자 추정 제도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가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자 추정 제도는 그 적용이 민사 소송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81.6%는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노동청·노동위원회 단계부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소송 이전 단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인해 상당수 노동자가 권리구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이러한 결과는 다수의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자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근로자성 인정 판례·상담 사례를 토대로 구성한 12개 근로자성 판단 징표를 활용해 고용 관계·업무 환경에 대해 질문한 결과 '(자신의) 업무 내용이 회사 사업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응답은 82.4%에 달했다. '업무의 방법, 방향, 내용 등에 대해 회사가 일정한 요구를 하거나 최종 판단권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도 71.2%로 나타났다.

반면 '고객으로부터 받는 용역 대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응답은 42.2%에, '내가 받은 업무를 통상 제3자에게 대신 수행하게 할 수 있다'는 응답은 48.6%에 그쳤다.

계약서·출퇴근 기록·업무지시내역 등 근로자성 입증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사용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노동자 개개인이 스스로 근로자임을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근로기준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리랜서 계약이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는 '가짜 3.3' 문제 해결을 위해 감독을 강화하고, 위장 고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전국 단위 기획 감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이 사실상 위장된 고용관계라고 하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생기는 구체적 불이익'이 확인되지 않으면 노동청이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 3.3 계약이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 납부 및 노동법 적용 등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도록 하는 등 형식만 프리랜서처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청·노동위원회부터 적용되는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적용 범위가 민사 소송에 한정될 경우, 대다수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제도는 사실상 '그림의 떡'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남선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 제도를 판결 확정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에만 적용한다면, 입증책임 전환이라는 제도 본연의 효과는 사실상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제대로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정부가 스스로 제도의 실효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