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가봤자 탈락, 넌 돼지"…대만 누리꾼, '문보경의 한국'에 엉뚱한 화풀이

"고의로 삼진, 넌 못생겼어"…문보경 SNS에 대만 팬들 도 넘은 악플
"中 문화 훔친 민족, 문명도 역사도 없는 나라"…정치적 문제 거론도

문보경 인스타그램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한국이 호주를 꺾고 극적으로 WBC 8강에 오르자 득실점 차이에서 밀려 탈락한 대만의 누리꾼들이 한국 선수의 SNS로 몰려와 선수 개인 조롱을 넘어 국가를 비하하는 글까지 남기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조별리그 C조 호주전에서 7-2로 승리하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앞선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은 '2실점 이하·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했는데, 정확히 이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지며 극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올라섰다.

문보경 인스타그램

타선에서는 문보경의 활약이 중심에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문보경은 5타수 3안타에 홈런 1개, 4타점을 쓸어 담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이정후와 김도영, 안현민이 각각 1타점씩 보태며 한국은 결국 5점 차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내용 역시 문보경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그는 2회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선취점을 만들어 흐름을 가져왔다. 이어 3회에는 1타점 2루타를 추가하며 점수 차를 벌렸고, 5회에도 적시타를 기록하는 등 장타와 적시타를 잇달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문보경의 존재감은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1라운드에서만 11타점을 기록하며 한국 타선의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 WBC 출전 타자 가운데(10일 오전 기준) 홈런, 안타, 타점 1위다. 특히 타점 2위 루이스 아라에즈(베네수엘라)는 7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보경의 1라운드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경기 직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문보경이 자신의 SNS에 경기 사진과 함께 "가자 마이애미로"라는 글을 올리자 댓글 창에는 수만 명의 대만 이용자들이 악성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공개된 댓글을 보면 단순한 경기 불만을 넘어서 무분별한 조롱과 혐오 표현이 두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대만 누리꾼들 "한국인들 쓸모없어…한국은 형편없는 나라" 비하성 발언 쏟아내
문보경 인스타그램

대만 누리꾼들은 "한국인들은 쓸모없다", "한국은 형편없는 나라", "8강 가봤자 곧 탈락할 것" 같은 조롱성 발언을 내뱉었다. 경기 결과를 둘러싼 억지 의혹 제기도 등장했다. 일부 누리꾼은 문보경의 마지막 타석을 두고 "일부러 삼진을 당한 것 아니냐", "고의 삼진으로 대만을 떨어뜨렸다", "넌 그냥 돼지"라는 비하와 함께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만약 한국이 8점, 호주가 3점을 내면 실점률에서 가장 앞선 대만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네 감독과 선수들이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에서 추락 사고로 불에 타 죽고 바다에 빠져 죽기를 바란다"는 식의 극단적인 저주 댓글 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문보경 인스타그램

그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조롱하는 댓글도 있었다. 몇몇 대만 누리꾼은 "세월호 침몰 사고 나이스", "세월호는 잘된 일"이라는 식의 표현을 남기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기도 했다.

또 "한국은 중국 문화를 훔쳐 가고 건축도 중국 것을 베낀다", "문명도 역사도 없는 나라다. 국제 대회에서 망하는 날 북한 사람들이 비웃을 것. 하나의 북한을 지지한다" 등의 정치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억지성 주장도 난무했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은 과도한 악성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부의 생각일 뿐 전체의 생각은 아니다", "우리는 좀 더 우아해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잘 싸웠다. 우리 대만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등 자국 팬들의 행동을 지적하는 댓글도 확인됐다.

한편 17년 만에 8강행을 이룬 한국은 오는 10일 밤 전세기를 타고 마이애미로 향한다. 반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대만 대표팀은 같은 날 밤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을 통해 대만 타이베이로 귀국할 예정이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