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안 갑니다"…'사고시 교사 책임' 판결에 서울 초교 체험학습 '뚝'

속초 사고 영향…"사고 무서워 차라리 안 가"
교원단체 "면책 적용 기준 아직 미흡해"

서울 시내 초등학교를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체험형 교육활동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특히 출발부터 귀가까지 전 과정을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초등학교에서 위축 현상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8일 기준 집계한 '최근 3년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수학여행)·수련활동 운영 현황'을 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가운데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598곳(98.8%)에서 2024년 478곳(79.0%), 2025년 309곳(51.1%)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새 절반 가까이가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지 않게 된 셈이다.

수학여행과 수련활동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초등 수학여행 실시 학교는 2023년 80곳(13.2%)에서 2024년 42곳(6.9%), 2025년 41곳(6.8%)으로 줄었다. 수련활동도 같은 기간 124곳(20.5%)에서 38곳(6.3%), 37곳(6.1%)으로 감소했다. 초등 부문에서 체험형 교육활동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고등학교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초등학교에 비해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중학교 388개교 가운데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331개교에서 지난해 291개교로 줄었고, 고등학교도 같은 기간 338개교 중 221개교에서 173개교로 감소했다.

이 같은 위축의 배경으로는 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이 지목된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체험학습 운영에 대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최근 전라남도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서도 인솔 교사 2명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는 등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속초 사고 이후 체험학습에 대한 현장 분위기가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실제 교육활동을 하는 주체들이 교사들이기 때문에 현장 수요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역시 "교사 입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의 효과도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할 수 없어서 차라리 안 가는 쪽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구조적인 부담도 초등학교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중·고등학교는 집결지까지 학생이 개별 이동한 뒤 목적지에서 교사와 합류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반면, 초등학교는 출발부터 귀가까지 전 일정을 교사가 직접 인솔해야 해 안전 책임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청에서 배포되는 안전 관련 지침 역시 교사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체 식사 시 위생 점검, 운전기사 음주 여부 확인, 경비 집행, 사후 평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수련활동별로 지침이 달라 행정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1일형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수련활동을 통합한 안전관리 지침을 각 학교에 안내해 교사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제도적 보완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학교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이 개정됐지만 면책 적용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사후 조치 중심의 규정만으로 실제 면책이 이뤄질지에 대해 많은 교원이 우려하고 있다"며 교육활동 관련 소송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돌발적 사고까지 교사의 형사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