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고발? 내란 특수본?…중수청 '1호 수사' 시험대
개청 첫날 고소·고발 수십건…李대통령·안규백·김승원 등 정치인 사건도 다수
'내란 특수본'도 관심사…법조계 "중수청 맡을 땐 하명·과잉 수사 논란 불가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1호 수사'를 둘러싼 시험대에 올랐다. 전종민 중수청 차장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개청 첫날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관련 고발장이 쇄도하면서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하든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지난 2일 개청 당일에만 전국에서 30건이 넘는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서울지방중수청 민원실에 가장 먼저 접수된 고소장은 현직 경찰관에 대한 법왜곡죄 사건이다. 고소인은 아내의 의료사고 사건을 불송치 결정한 서울 서부경찰서 소속 A 경위를 법왜곡죄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정치권을 겨냥한 고발도 잇따랐다. 한 시민단체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을 일반이적 혐의로 고발했다. 수원지방중수청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 혐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노동조합 집행부가 주주총회 승인 없이 초고액 성과급 지급을 합의해 주주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 고발장을 비롯해 기존 검찰·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하는 사건들도 몰렸다. 다만 중수청은 온라인 국민신문고와 우편을 통해서도 고소·고발을 접수받고 있어 '1호 사건'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고소·고발장이 가장 먼저 접수됐다고 곧바로 중수청의 '1호 수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중수청 관계자는 "1호 사건은 별도로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대기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접수된 민원"이라며 "현재까지 형제 번호(정식 형사사건 번호)가 부여되거나 수사 사건으로 전환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접수된 서류는 내용에 따라 형사사건과 진정·민원 등으로 분류된다. 고소·고발장 형식을 갖췄더라도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적시되지 않았거나,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표시가 없다면 정식 형사사건이 아닌 진정·민원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중수청의 설명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한다. 이들 범죄는 경찰도 수사할 수 있지만, 중수청은 수사가 겹치는 사건에서 '수사 우선권'을 갖는다. 반대로 중수청이 경찰 등에 사건을 넘길 수도 있다.
다만 법조계는 중수청이 직접 수사할 사건, 경찰이 넘길 사건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어떤 사건은 중수청이 맡고 어떤 사건은 경찰로 보내는 선택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히 중수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특정 사건을 1호 수사로 정하면 그 자체로 여러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중수청의 1호 수사 사건이 될지도 관심사다. 특수본의 구체적 형태와 수사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수청이 구심점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수청 고위 관계자는 "내란 특수본 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란 사건은 중수청의 직접 수사 대상인 만큼 법적 관할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특검이 이미 내란 관련 수사를 벌인 상황에서 중수청이 다시 후속 수사의 전면에 나설 경우 '하명 수사'나 '과잉 수사'라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 외청으로 설치된 점도 중립성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다. 중수청법은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다. 장관이 일선 수사관을 직접 지휘할 순 없어도, 중수청장을 통해 개별 사건에는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을 통해 개별 사건에 대해서까지 수사지휘권을 갖는 구조에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사에 비해 제도적으로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수사관 개인에게 '외압을 이겨내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중수청이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1호 수사'를 선정하는 기준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공개하고, 직접수사와 이첩 대상 사건을 정하는 의사결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 사건의 중대성과 공익성,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수사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특히 1호 수사는 상징성이 큰 만큼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당분간 접수 순서에 따라 사건을 검토하되 이른 시일 내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꾸릴 필요가 있다"며 "(자문위를 통해) 중수청이 직접수사할 사건, 이첩할 사건, 이첩을 요구할 사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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