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민원이냐 사적 로비냐…김승원 '신약 청탁' 재수사 가를 쟁점 셋

직권남용·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 영등포서 배당
금품 요구 여부·대가성 유무도…"혐의 인정" vs "새 증거 필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8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장시온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 재수사는 공익 목적의 민원인지, 사적 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금품 요구·약속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의혹 관련 김 후보자의 알선뇌물약속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뇌물에 대해 실제 수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 불기소 결정서에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위법 단정 어려워"

8일 서울경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자와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직무 유기 등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지인 양 모 씨의 청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약업체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을 신속 처리해달라고 했다.

양 씨는 지난 2021년 10월 제넨셀 대표 강 모 씨로부터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이 이루어지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양 씨는 김 후보자에게 신약의 개발 현황 자료를 이메일로 전송하고 2021년 10월 8일에 "엉아(김 후보자) 처장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한 뒤 김강립 처장에게 "실무자들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국부 유출도 걱정돼 말씀드린다"며 업체명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0월 26일 해당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되며 김 후보자의 연락으로 승인이 앞당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강 씨는 그해 12월 31일 김 후보자의 후원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하려고 했으나 후원 한도가 모두 차 돈을 보내지 못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양 씨와 제넨셀 최대 주주 강 씨를 기소했으나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검찰은 김 후보자의 불기소 결정서에서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회의원인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을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실제 김 후보자가 뇌물(500만 원)을 수수하지 않았고, 약속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뇌물 공여자에 해당하는 양 씨, 강 씨가 뇌물공여약속 등을 기회로 추가적인 범행으로 나아갔고, 이를 통해 거액의 재산상 이익까지 얻었으나 김 후보자가 이 부분까지 가담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서부지검은 당초 김 후보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할 예정이었다"며 법무부와 대검에 관련 소명을 요청했다.

법조계 "혐의 충분히 인정", "다른 처분 나오기 어려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7 ⓒ 뉴스1 이광호 기자

이러한 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이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공익 목적 민원 해당 여부 △김 후보자가 양 씨에게 금품을 요구·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 △청탁에 대한 대가성 유무 등이 수사기관의 처분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검찰에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고, 양 씨의 청탁이 '공익 목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고발된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사적 청탁 쪽에 무게가 실린다"며 "알려진 바와 같이 김 후보자가 500만 원의 후원금을 약속했으나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청탁금지법에서는 금품 수수뿐 아니라, 요구·약속 행위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실제 수수 없이 약속만으로도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500만 원의 후원금이 김 후보자의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언급하고 식약처장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혐의는 충분히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서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처벌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재수사 과정에서 직무 대가성 및 사적 목적의 존재 여부를 입증하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공익 목적 민원의 예시는 도로 확장 요청, 어린이 보호구역 설치 요청 등 불특정 다수를 위한 민원이 이에 해당한다"며 "사사로이 전화해서 처리하는 방식은 청탁에 가깝다고 보이고, 김 후보자에 대한 민원은 공익 목적보다는 사적 청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원금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행위 자체는 통상적인 일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청탁금지법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기소유예 범위를 초과하는 새로운 혐의가 입증될 경우에만 김 후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미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진 만큼 재수사를 통해 문제 삼기는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러 가지 고려를 통해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진 사건에 다른 처분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