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언어를 법의 언어로 번역"…어느 인간 변호사의 목표

[프로보노] ⑦'동물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김도희 변호사
"소송까지 가는 게 일…비물건화·생태법인 등 제도화 선행돼야"

편집자주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비롯된 용어로, 그 시작은 법률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공익활동이었다. 현재 변호사들의 프로보노는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의 인권 보호와 공익 실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자기 희생적인 활동이라, 그 활성화를 위해선 뒷받침돼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뉴스1>은 모든 이의 인권이 소중하게 존중받는 사회로의 변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누구보다도 프로보노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 공익단체를 조명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김도희 여성환경연대 변호사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환경연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8.7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동물이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들으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듣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동물의 말을 법의 언어로 번역하는 게 동물권 활동을 하는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179만2173가지. 인간이 지금까지 발견하고 이름을 등록한 동물 종의 수다.

이렇게나 다양한 동물들은 대개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인간의 언어로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특히 한국에 사는 동물이라면 법적으로 생명체가 아닌 '물건'의 지위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의 권리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의 공동대표 김도희 변호사(44·변호사시험 2회)다.

빈곤·홈리스·정신장애 등 분야에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고양이 두 명(김 변호사는 '마리'로 동물과 사람을 구분해 세지 않았다)과 동거하게 되면서 동물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고 취급하는 구조적 문제가 동물권 분야에서도 큰 쟁점인데, 변호사로서 이것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김 변호사는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1년 여간 공부한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2018년 동변의 문을 두드렸고 공익 전업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뉴스1>은 지난 7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동변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동물권을 법의 언어로 번역하기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물었다.

'고소' 아닌 '고발'만 가능…인간 아닌 동물에게 더 먼 법정
"동물 사건은 항상 고발이 될 수밖에 없다"

고소가 범죄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이 범죄사실을 신고해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인 반면 고발은 제삼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뜬 장 속 개가, 수족관 속 돌고래가 직접 경찰서에서 서류를 접수할 수는 없으므로 동물 사건은 필연적으로 고발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조차 동물들은 오롯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수사 담당자나 지역별 편차도 크다.

2019년 경북대 수의과대학의 번식 실습견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북대 수의대 지도 교수 A 씨는 모 건강원에서 구매한 개들을 실습견으로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직권남용·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김 변호사 등의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검찰청이 재수사를 지시했으나 결과는 수사 종결이었다.

김 변호사는 "비슷한 (범죄) 행위를 했을 때 어디서 했는지, 어떤 사람에게 판단을 받는지, 어떤 사람이 수사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되지 않나. 비균질적인 법 집행은 법의 안정성에도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제기되는 수사 지연 여파가 동물에는 더 크게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 추세인 것이 맞고, 그런 영향에서 동물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물건에서 '생명체'로…"민법 개정이 우선"

이런 상황에서 동물권 변호사들은 차선책으로 우회 소송을 제기하곤 한다. 요컨대 동물을 관리하던 장소의 위생 상황, 절차 준수 여부, 보조금 횡령 등 대해 '인간'의 책임을 묻는 식이다.

이런 차선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우회 고발이 동물이 받은 고통과 피해에 대한 본질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동물을 위해 싸우는 건데 정작 동물은 자꾸 후순위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물이 물건이 아닌 지위에 놓이는 게 중요하고, 나아가서는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동물'로 인정되는 틀부터 손봐야 한다고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다. 어류·파충류·양서류 중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더라도 식용은 제외된다. 활어를 산 채로 바닥에 내동댕이쳐도 동물 학대로 처벌받지 않는 이유다.

동물, 환경, 여성, 법률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구성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물 비물건화' 규정 담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2023.5.30 ⓒ 뉴스1 이승배 기자

김 변호사의 목표는 은퇴 전까지 민법 개정으로 동물을 '물건'의 지위에서 해방하는 것과 생태법인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과거 스위스에 존재했던 '동물 대리인'처럼 다른 법을 우회하지 않아도 동물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생태법인은 자연이나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남미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생태법인이 정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유럽에서 최초로 자연생태계에 법인격을 인정한 스페인은 남동부 무르시아 지방의 마르메노르 석호와 그 유역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했다. 환경 오염으로 어류 집단 폐사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스페인은 해당 석호 생태법인에 △생태계로서 존재하고 자연스럽게 진화할 권리 △훼손 위험이 있는 활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생물종과 서식지가 보전될 권리 △이미 발생한 손상을 복구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헌법에 자연의 생성할 권리·순환할 권리·복원될 권리·멸종 등에 대해 국가가 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 등을 담고 있다.

대전 중구 오월드의 늑대 '늑구'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인 모습. 늑구는 오월드 사파리 내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해 10일 만에 마취총을 이용해 최종 포획됐고 시설로 돌아왔다.(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17 ⓒ 뉴스1

김 변호사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을 "현행법에서 터놓지 않은 길에 조금 먼저 가서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여정에는 동물도 동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뽀롱이나 늑구, 실험실의 동물들, 세지지도 않지만 농장에 사는 동물들, 산업에 동원된 동물들의 행위 하나하나에 메시지가 있다. 그 행위성이 굉장히 크다. 동물들이 아무 말을 못 해서 인간이 대신 (비물건화)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은 이미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