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소 상담 온 아이, 냄비 빠져 화상…대법 "원장 과실"

교사들에 "아이 좀 봐주세요"…조리실서 화상 사고 발생
1심 금고형 집유→2심 무죄…대법 "주의 의무 있어"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어린이집 입소 상담 중 원장실을 나온 한 살배기 아이가 돌아다니다 화상을 입는 사고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원장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환송했다.

A 씨는 2023년 5월 오전 어린이집 원장실에서 한 살배기 B군과 함께 온 어머니와 입소 상담을 했다. A 씨는 계속 밖으로 나가려는 B 군을 제지하는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은 안전하고 밖에 선생님들도 있으니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두셔라. 그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에게 "아이 좀 봐주세요"라고 말한 뒤 다시 상담을 위해 원장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B 군이 조리사가 육개장을 끓이고 뚜껑을 열어놓은 채 조리실 바닥에 내려놓은 냄비 부근에서 넘어져 냄비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B 군은 신체의 절반 가까이가 화상을 입었다.

검찰은 A 씨와 조리사, 조리실에 출입한 뒤 나올 때 잠금장치를 하지 않고 나온 보육교사를 재판에 넘겼고, 1심은 이들에게 유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A 씨가 B 군을 보육할 교사를 지정하지 않아 B 군이 위험에 노출되게 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 씨가 어머니와 상담 중이라 보육교사를 지정·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A 씨가 평소 교사들에게 조리실 안전교육을 수시로 진행했고, A 씨에게 보육교사 지정·배치 의무가 있더라도 이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세에 불과한 B 군을 어린이집 거실로 내보낼 당시 보육교사를 지정·배치하는 등 B 군을 보호하고 관찰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A 씨가 보육교사를 특정하지 않고 다시 상담을 위해 들어감으로써 다른 수업을 하던 보육교사들은 아무도 B 군을 돌보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 결과 B 군이 사고를 당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