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울산 택시 소정근로시간 합의 무효"…기사들 패소 뒤집혀

소정근로시간 단축·'1일 2시간 유지' 모두 무효 소지…"파기환송"
"최저임금법 회피로 볼 여지…실제 근로시간과 불일치"

한 택시 승하차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실제 근로 시간과 맞지 않는 짧은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해당 합의는 무효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울산 지역 택시 기사 8명이 택시회사들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 울산재판부로 돌려보냈다.

택시 기사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을 받는 '정액 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아왔다.

이들은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서 초과운송수입금 등을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회사들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기존 1일 2시간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며 최저임금 미달분과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다.

1심은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탈법행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원고 9명 중 1명에 대해서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로 보고 최저임금 미달분 148만15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 시간 사이에도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존 1일 2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합의도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기사들이 임시적·일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다"며 "초단시간근로자 수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울산 지역 다른 택시회사들의 소정근로시간과 비교해도 1일 2시간은 현저히 짧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정액 사납금제 택시회사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 변화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였다면 해당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는 한편, 특례조항 시행 이후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경우에도 실제 근로 시간과 현저히 달라 형식에 불과하거나 최저임금법 적용 회피 목적이 인정되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새로 제시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