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직 전 '초순수 기술 유출'…前 삼성E&A 직원 대법서 파기환송

원심 "반도체 초순수 기술, 영업비밀이지만 산업기술 아냐"
대법원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볼 여지"…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 이직을 앞두고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 E&A)의 영업비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직원이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초순수시스템 설계·시공 기술을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초순수시스템 시공 관리와 발주처 대응 업무를 담당하던 A 씨는 2019년 1~2월 초순수시스템 설계 도면, 설비 시방서(기준서) 등 회사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관련 출력물을 주거지로 가지고 나와 보관했고, 2019년 2월쯤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의 초순수 담당자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초순수시스템 발주·시공 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B 씨 부탁을 받고 초순수시스템 운전 매뉴얼, 시공 개선 자료 등 영업비밀을 넘긴 혐의도 받는다. 영업비밀을 받은 B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초순수(Ultra Pure Water)는 물속 이온,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최대 10조분의 1 단위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세정작업에 사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부터 매년 300억 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들여 초순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 대다수를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3년, B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 씨는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고, 2심은 A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2심은 초순수시스템 기술이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지정된 산업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첨단기술·제품 범위 고시에 적힌 '고효율 RO 시스템 최적 설계 기술'은 해수 담수화 분야 기술인데, 이 사건 기술은 공업용수를 처리해 반도체용 초순수를 생산하는 공정수 분야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당시 고시상 중분류로 구분된 '담수'가 해수 담수화에서 말하는 담수뿐 아니라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산업발전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의 입법 목적, '담수'와 '담수화'의 일반적 의미, 고시와 산업기술로드맵의 분류체계 차이, 이 사건 기술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