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유족, 사망보험금 소송 1심 승소…법원 '청구권 인정'

보험사, 1심 판결 불복 항소

고(故)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어머니 박순정씨가 2025년 4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고 이예람 중사 특검사건 상고심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5.4.10 ⓒ 뉴스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에게 보험사가 6억여 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장지혜)는 이 중사 유족 2명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지난달 3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보험사는 유족에게 각각 3억 원과 이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근무 당시 선임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같은 해 5월 군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향년 23세.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직후 군에 신고했으나 지속해서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장 중사는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공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2023년 2월 성추행과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이 중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유족은 이듬해 11월 해당 보험사에 일반상해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 약관은 '보험대상자가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이 중사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보고 이미 시효가 지났다면서 지급을 거절했다.

유족은 순직 결정을 통보받은 2023년 2월부터 소멸시효가 발생한다고 보고 지난해 3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보험금 청구권자가 객관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보험사고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망인의 순직을 확인한 2023년 2월 14일 이전에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사고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분명했다"며 "이후 순직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보험사고 발생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로서는 망인이 겪은 구체적인 정서 변화와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망인은 부대 내에서 생활했고 주변인들에게 성추행 사실과 2차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군 조직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유족들이 이 중사 사망 원인이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기는 순직 결정을 통보받은 시점부터"라고 판시했다.

유족을 대리한 방민우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타인에 의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고의에 의한 사망(자살)한 경우 예외적으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보험사는 대부분 사건에서 '무조건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고 안내한다"며 "일반인 보험 가입자들은 구별할 수가 없어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