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계약 체결만으로 임금 청구권 발생했다 보기 어려워"

익산YMCA 前 총장-이사장단, 임금 소송 파기환송
"근로자, 근로 제공 않으면 임금청구권 갖지 못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근로하지 않으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북 소재 익산YMCA의 전직 이사장단을 상대로 송헌승 전 사무총장이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송 전 총장과 이사장단은 근로계약 기간을 2010년 12월 5일~2023년 12월 5일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송 전 총장은 이사장단을 상대로 2017년 12월~2020년 8월까지 임금 99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장단은 2020년 12월 5일 송 전 총장이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확약서'를 작성했다. 확약서는 송 전 총장에게 근로계약에 따라 체불된 임금 9900만 원을 지급하고 송 전 총장의 재직기간을 2021년 12월까지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송 전 총장은 이사장단을 상대로 2023년 5월 다시금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22일~2023년 5월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근무했다며 확약서 기간 이후인 2020년 9월~2023년 4월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이사장단 측은 2017년 8월 12일 이후 단체 조직이 와해돼 모든 활동과 업무가 중단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송 전 총장이 근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원심은 근로계약서상 2010년 12월 5일~2023년 12월 5일까지로 정한 근로 기간을 우선해 송 전 총장 측에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임금을 청구하기 위한 법률 요건으로서 근로계약의 체결 이외에 실제 근로 제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송 전 총장이 실제 근로 여부 등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사장단 측은 확약서를 근거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부제소합의'였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확약서 상) 향후 일체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과 상반된 판단을 내놨다.'임금을 청구할 때는 그 대가에 해당하는 실제 근로 제공 여부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2002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원고가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관한 심리·판단도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특별한 약정이나 관습이 없으면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이상 그 대가관계인 임금청구권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확약서를 토대로 근로계약 역시 2021년 12월 종료됐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해 "확약서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형성된 법률관계를 비롯해 그때까지 발생한 모든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소기킬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younme@news1.kr